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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민재 Nov 03. 2019

보고서는 뭘 보고 하라는 거야?

일 잘하는 직장인 되기

일 잘하는 직장인 되기

'이 회사에 입사할 수만 있다면 정말 열심히 해야지' 감격의 합격통보와 가족과 친구들의 축하 인사가 끝날 무렵 신입사원의 고통은 시작된다. 학점과 영어공부 대외활동과 상관없이 직장생활은 무엇을 잘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청년 실업률이 11%(195월 기준)가 넘는 이 시기에 당당히 취업했지만 업무 스트레스와 인간관계가 두려워 다시 취업을 준비하는 사회 초년생이 많다. 친구들과 선배들은 그 회사가 이상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자기 회사의 푸념을 늘어놓는다. 고통스러운 회사생활을 계속해야 할까? 라며 해외 취업을 알아보고 '퇴사 학교'와 같은 페이지를 구독하면서 멋있게 퇴사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부러워한다.




많은 직장인들이 보고서에 시달린다. 흔히 페이퍼 워크라고 하는 이 작업은 대부분의 업무에서 꼭 필요한 일이다. 대학생활 시절에 리포트는 많이 써봤을 것이다. 그런데 보고서는 어렵다. 왜냐하면 대학시절에 작성된 리포트는 답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답이 없다.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답을 잘 정할 수 있는 정보의 큐레이션이라고 보는 게 맞다.


'ㅇㅇ씨 다음 주까지 ㅇㅇ기획서 보고할 수 있도록 해요.' 이런 지시를 받으면 대부분 파워포인트나 워드프로세서를 켜놓고 뭘 해야 할지 생각한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문서 제작도구를 열면 빈 공간을 이쁘게 채울 디자인을 하게 된다. 그러다 스티브 잡스 아이폰 발표 영상을 찾아보고 '우리 회사는 제조회사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며 좌절을 하게 될 텐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고서는 프젠테이션이 아니다. 보고서는 말 그대로 '누군가에게 알리어 바치는 글'이다.


1. 보고받는 사람이 누구인가?

'누군가에게 바치어 알리는 글' 보고서를 쓸 때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은 바로 '누군가'이다. 대부분의 신입사원이 하는 실수가 누구를 위한 보고서인지 확인하지 않는 것이다. 팀장님이 보고받기 위함인지 아니면 임원에게 보고해야 하는 내용인지 확인해야 한다. 보고받는 하는 사람에 따라 보고서의 톤 앤 매너가 달지기 때문이다. 보고 받는 사람에 따라 아래와 같이 다른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다.


1. 중간관리자 : 중간관리자는 의사결정 권한이 없다. 팀장에게 보고하기 위해 당신에게 정보를 수집하는 경우가 많다.

2. 팀장 : 팀장은 팀에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보고의 범위가 팀 내에서 할 수 있는 경우라면 결정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작성한다. 그게 아니라 임원 보고에 참고될 내용이면 최대한 많은 정보를 담자.

3. 임원 : 임원에게 보고할 기회가 생겼다면? 먼저 축하를 전하고 싶다. 당신은 회사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임원을 위한 보고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왜냐하면 임원은 의사결정자이기 때문이다. 애매모호한 표현과 내용은 금물이다. 명확하고 간결하게 숫자 위주의 정보를 주로 나열해야 한다. 또한 대부분의 임원들은 시간이 없다. 보고서를 1페이지로 간략하게 줄일 수 있으면 금상첨화이다. '내가 작성한 보고서는 정보가 많은데 어떻게 하지?' 고민할 수 있는데 고민하지 말자. 별첨과 첨부파일로 뒤에 첨부하면 된다. 임원들은 첨부한 문서의 양 만으로도 보고자가 얼마나 고민하고 작성했는지 짐작하기도 한다.


2. 보고서의 목적을 정하자

보고서의 첫 문단에 올 내용은 무엇일까? 바로 목적이다. 이 부분이 리포트와 큰 차이점이다.

보고를 하는 목적을 밝혀야 한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상사가 지시한 일인데 무슨 목적? 목적에 '팀장님이 지시함'이라고 적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 회사 생활의 시작이 어려워질 수 있다.^^;


목적을 적기 위해서는 보고를 받는 사람과 컨센서스를 맞춰야 한다. 여기서 컨센서스란 일종의 공감대 형성이라고 할 수 있다.  보고서가 왜 필요한지? 우리의 과업은 무엇인지? 등을 지시한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파악할 수 있다. 대부분의 신입사원이 목적이 명확하지 않거나 리더와 공감대가 없는 보고서를 만든다.

보고서를 지시한 사람과 컨센서스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없다면 아래의 범주로 목적을 정할 수 있다. 회사에서 쓰이는 보고서는 대부분 아래 3개의 카테고리에 범주 한다.


1. 의사결정 : 일을 추진하고 싶습니다. 돈을 투자해 주세요.

2. 정보공유 : 새로운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정리한 내용으로 시사점을 찾았습니다.

3. 논의 : 제품, 회사 등에 문제가 있습니다. 저는 여러 가지 해결책을 생각했습니다.

적을 잘 파악했다면 이 보고서는 이미 50% 성공한 셈이다.

 

3. 핵심 내용을 표로 정리해 보자

목적이 정리되면 다음은 핵심 내용을 요약하는 것이다. 위 목적의 범주 3가지에 모두 필요한 내용은 방안이다. 나는 의사결정 권한자가 아니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려면 의사결정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어도 2가지 이상의 방안을 보고서에 작성하는 것이다. 한 가지의 방안을 보고하는 것은 보고받는 사람에게 흑백논리를 유도하는 행위이다. 아마 이렇게 묻는 것과 같다. "난 이렇게 생각해, 할까요 말까요?"  


여러 가지 방안을 비교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바로 표이다.
표에 꼭 들어가야 할 내용은  1. 비용 2. 계획(일정) 3. 장 · 단점(리스크)이다. 이 내용을 적을 수 없으면 방안이 아니다. 대부분 보고서를 잘 쓰는 분들은 이 표를 정말 잘 만든다.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정보의 부족함이 없이 표를 만들어야 한다.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깔끔한 표 한 개가 보고서에서 모든 역할을 다 하게 된다.

가장 기본적인 표 형태는 아래와 같다.


4. 시야를 넓게 해서 검토사항 적어보기

훌륭한 보고서가 만들어졌다면 마지막으로 적어야 할 내요은 검토사항이다. 임원에게 보고하는 경우 이 부분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대기업이라면 나는 큰 조직에서 내가 하는 역할과 우리 팀의 업무만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임원은 다르다. 여러 팀을 아우르는 정보를 알고 있고 회사 외부의 상황과 여러 가지 전략을 함께 고민한다. 검토사항은 이 부분에 있어 의사결정자의 의견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여지를 남기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 검토사항

1. ㅇㅇ 계열사의 포인트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안을 활용할 수 있음.

2. ㅇㅇ 회사와 제휴를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음.

3. ㅇㅇ 사업으로 지출하고 있는 비용을 활용할 수 있는지 확인이 필요함.


이런 사항들이다. 이 검토사항 부분은 대부분의 의사결정자가 좋아한다. 왜냐하면 팀 내부의 좁은 시야가 아닌 넓은 시야로 이 업무를 바라봤기 때문이다. 한두 가지의 검토사항을 준비해 간다면 의사결정자에게 좋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보고서를 잘 쓰려면 내 생각을 글로 잘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갖고 있는 생각들을 정리하다 보면 점차 좋은 보고서가 써지게 된다. 내가 자주 활용하는 습관 몇 가지를 소개한다.


1. 많은 정보들을 3가지 카테고리로 라벨링 하고 분류하기

2. 생각을 정리해서 1. 2. 3. 우선순위 매기기

3. 결정이 필요하면 표로 정리해서 비교하기

보고서를 비효율적인 페이퍼 워크로만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이 생각을 상급자에게 설득하는 일은 어떤 일에서나 반드시 필요하다. 잘 연습해서 훗날 멋진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나를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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