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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리 Nov 12. 2019

나의 치앙마이 친구

일기장을 가장한.

내가 세계여행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돈보다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비행기 표를 검색할 때 나는 목적지를 입력하지 않았다. 현재 내가 있는 위치에서 갈 수 있는 가장 저렴한 곳이 다음 목적지가 됐다. 그렇게 2년간 지구를 한 바퀴 돌아 한국에 도착했다.

시간은 흘러도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홍콩을 떠나 도착한 곳은 한국이 아닌 치앙마이. 치앙마이에 간 이유유 역시 비행기 표값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치앙마이에는 호주에서 만난 친구도 있었다. 호주를 떠난 지 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이름도 잘 기억이 나지 않던 친구(난 사람 이름을 정말 잘 잊어버린다)였지만 그녀는 반갑게 나를 맞아주었다.



가장 저렴한 비행기로 이동하다 보니 새벽 시간에 치앙마이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친구는 내게 이야기했다. 그 시간에는 대중교통이 없어 턱없이 비싼 택시를 타야만 할 것이라고. 그리고 덧붙였다. 시간에 맞춰 차를 몰아 데리러 가겠다고.

내가 부탁한 게 아니었다. 암묵적으로 강요한 것은 더더욱 아니고. 치앙마이의 물가는 한국보다 훨씬 저렴했기에 택시를 탈 의향도 얼마든지 있었다. 참고로 공항에서 치앙마이 시내까지 예상 택시비는 대략 5,000원이다. 하지만 친구는 나를 필사적으로 말렸다.


서론이 긴 이유를 눈치 챗을 것이다. 친구는 오지 않았다.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 혹여나 길이 엇갈릴까 섣불리 약속 장소를 벗어나지도 못했다. 그렇게 한 시간이 흘러 친구 기다리는 것을 포기했다. 그 사이 택시마저 끊겨버렸다. 오랜만에 공항에서 노숙을 해야만 했다. 하룻밤 사이 확실히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치앙마이에는 모기가 정말 많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지인이 치앙마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모기기피제를 꼭 선물해줄 것이다.

어쨌든 덕분에 택시비와 숙박비는 아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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