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을 가장한
나는 낙관적이다. 낙관적인 성격은 실행력이 강하다. 다르게 말하자면 깊게 생각하지 않고 일단 저지르고 본다.
내가 얼마나 낙관적인지(생각이 짧은지) 예를 들어 보자면, 워킹홀리데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한국을 떠날 때까지 딱 3주 걸렸다. 심지어 워킹홀리데이를 알게 된 날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했다. 한국을 떠나며 내가 준비한 것은 현금 100만 원과 밑반찬뿐. 수화물을 신청하지 않아 밑반찬은 공항에서 다 버려야만 했지만...
남의 나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에 100만 원은 턱없이 부족한 돈이었다. 아낀다고 아꼈지만 2주 만에 가지고 간 돈이 다 떨어지고 말았다. 차고 바닥에 유아용 메트를 깔고 침대를 놓은 방에서 자고 폐기 직전 8-9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음식을 먹으며 버텼다.
낙관적인 성격은 내가 갖은 최고의 장점이다. 낙관적인 성격 덕분에 폐기 음식을 먹으면서도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았다. 상황이 어디까지 나빠질 수 있나 지켜보는 게 흥미로울 정도였다. 만약 준비성이 철저했다면 그런 고생은 하지 않았을 '수도'있다. 이리저리 재고 따져보다가 워킹홀리데이를 떠나지도 못했을 가능성이 더 크지만.
구매대행 역시 마찬가지였다. 낙관적인(생각이 짧은) 난 정확한 체류비용, 마진율 등을 따져보지 않고 파리행을 결정했다. 파리를 선택한 이유? 뭔가 명품과 가장 잘 어울리지 않는가. 이번에는 3주 만에 한국을 떠나지는 않았다. 내게는 주문을 받을 수 있는 홈페이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명품이라고는 샤넬과 루이비통밖에 모르는 내가 구매대행을 하기 위해서는 명품에 대한 공부도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