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리 Dec 03. 2019

나도 디자인을 잘 했으면 좋겠다.

일기장을 가장한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그림을 그렸다. 대학교에서는 디자인을 전공했고. 대학생 시절 딱히 꿈은 없었지만 디자이너만은 되지 않기를 바랐다. '유일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다(?). 덕분에 그 흔한 포토샵도 배우지 못한 채 대학교를 졸업했다.


회사가 적성에 맞지 않던 난 2년 간 3번 이직하며 브랜딩, 마케팅, 기획 업무를 경험했다. 디자인을 직접 할 수는 없지만 디자이너와 원만히 소통할 수 있는 건 어느 포지션에서든 내게 큰 장점이었다.


배울 수 있을 때 배워 놓을걸 그랬다. 회사 밖으로 나오니 내가 직접 할 수 없다는 건 남에게 돈을 주고 시켜야 된다는 걸 뜻했다. 디자인 전공자가 디자인으로 돈을 벌기는커녕 디자인에 돈을 써야 되는 입장이 되었다. 만약 내가 디자인을 전혀 하지 못했다면 디자인에 돈을 쓴다고 한들 아깝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듯, 4년간 대학을 다닌 난, 흉내 비슷한 것은 낼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아까웠다.


잠깐, 남들 공부할 때 난 뭐했냐고?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매일같이 술을 마셨다. 얻은 게 있다면 얕지만 넓은 인맥. 다행히 주변에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친구는 많았다. 나의 목표는 그들에게 적은 돈을 주고 디자인을 시키는 게 아니다. 디자인이 배우고 싶었다. 디자인을 배워야 할 명확한 이유가 생기니 욕심이 생겼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낙관적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