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osa라는 작은 동네 덕분에 우리는 싫던 좋던 무언가를 같이 해야만 했다. 오히려 큰 도시에서 공부를 했으면 혼자서도 즐길거리가 많아 이렇게 다 같이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살며 처음으로 아랍인에게 욕을 해봤고 스위스가 4개 국어를 쓴다는 걸 알았다. 그 외에도 서핑도, 포카도 배우고 사업 아닌 사업도 해보는 등 꿈만 같은 9주간의 누 사생활이 끝났다.
내 나름 여행 준비가 끝났고 이제 어디든 떠나기만 하면 된다.
호주를 떠나면 뉴질랜드를 가려했지만 때마침 터진 시드니 테러 때문에 평소 뉴질랜드 달러보다 200원은 비싸던 호주달러가 뉴질랜드 달러와 같아져 버렸다. 손해 보는 기분이 너무 커 뉴질랜드를 여행하는 건 포기했다. 그리고 더 이상의 계획은 없었다. 일단 호주에 왔으니 멜버른과 시드니를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쩌면 캐나다에 갈수도 있을 거라고 캐나다인 룸메이트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너무 아무렇지 않게 만약에 Victoria에 가면 자기 부모님과 함께 살아도 된단다. 사실 빈말인 줄 알고 나도 그래 고맙다고 이야기하며 누사를 떠나 멜버른으로 여행을 떠났다.
멜버른에는 누사에서 만난 벨기에 친구가 일을 하고 있어서 잠자리가 쉽게 해결됐다. 이 친구가 레즈비언이라는 건 누사에 있을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같이 티브이를 보며 "저 여자 너무 섹시하다.", "저 가슴이랑 엉덩이 좀 봐라", "내가 저 여자 때문에 이 멍청한 드라마를 본다"를 남자가 아닌 여자가 이야기하는 건 정말 공감해주기 힘들고 어떻게 반응을 해줘야 할지도 몰라 함께 티브이를 볼 때는 헛웃음만 지었다. 그리고 저녁엔 아무렇지 않게 나를 자기 침대에서 함께 잘 수 있게 해줬다. 하지만 일주일간 같은 침대를 쓰며 정말 아무 일 없었다.
캐나다 룸메이트의 아빠에게 기다리고 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빈말인 줄 알았는데 참말이었나 보다.
하지만 문제는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캐나다행 기행기 편 도표는 1000달러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호주에 올 때 내가낸 표값의 4배다. 친구의 가족을 보러 가기 위해서 내야 하는 돈 치고는 너무 비쌌다. 세계지도를 보며 머리를 굴릴 때 호주와 캐나다 사이에 작은 섬을 발견했다. 하와이였다. 아이러니하게 호주에서 하와이를 가는 편 도표는 300달러 그리고 하와이에서 캐나다는 250달러밖에 하지 않았다. 그리고 엄마에게 이야기했다. 아마도 하와이에 갈 것 같다고. 그리고 엄마는 아마 하와이에 고모 중에 한 명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잠깐 기다려 보라고 이야기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전화를 해 하와이에 고모한 분이 계신단다. 미국에 고모한 분이 계신 줄은 알았지만 그게 하와이인 줄은 상상도 못했다. OK! 이젠 하와이도 갈 수 있고 캐나다도 갈 수 있다. 무엇보다도 두 곳 모두 지낼 곳 걱정은 없다.
기분 좋게 하와이행 비행기표를 사고 이젠 워홀러도 유학생 생활도 아닌 정말로 여행자가 됐다.
하지만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비행기를 놓쳤다. 나름 공항에 빨리 도착했다고 생각하고 체크 전 신나게 와이파이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여유롭게 체크인을 하려는데 이미 체크인 시간이 지났단다. 정말 몇 분 늦지 않았다. 하지만 시스템상 체크인 시간이 지나면 체크인이 안된단다. 그리고 피 같은 70달를 벌금으로 내고 다음날 비행기를 예약해야만 했다.
스스로 화가 나고 돈도 아까워 시티로 돌아가 호스텔에서 지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공항에서 잠자고 24시간을 기다려 하와이행 비행기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