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공부할 땐 학원이 집에서 걸어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8시에 일어나면 샤워하고 아침까지 먹고 등교가 가능하고, 8시 30분에 일어나도 세안 정도는 하고 등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동네가 작다 보니 모두가 같은 동네에 살아 초등학교 다닐 때 마냥 10분밖에 안 되는 등굣길에 거의 모든 학원 친구들을 만날 수 있고 가끔은 등굣길에 만난 친구들과 커피 한잔하고 학원에 늦어도 크게 문제 될 게 없었다.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6시에 일어나야 씻고 밥을 먹고 7시 차를 타고 9시 전에 학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학원과 집의 거리도 거리이지만 진짜 문제는 학원에 가려면 버스를 2개나 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첫 번째 버스는 배차가 그리 빈번하지 안아 차 한 대를 놓치면 다음 버스는 1시간 후라는 것이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40분을 달려 두 번째 버스를 타는 곳까지 가야만 했다. 내가 캐나다에 있을 때는 겨울이었다. 빅토리아는 캐나다에서 가장 따뜻한 지역이라 아침이라고 하더라도 그리 춥지 않았다. 하지만 겨울에는 일주일에 5일은 비가 올 정도로 날씨가 좋지 않았다. 비 오는 날에 버스를 놓치면 판초를 입고 달려야만 했다.
솔직히 수험생도 아니고 영어학원을 다니면서 6시부터 일어난다는 건 그리 쉽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 나이로 67살이신 월리는 매일 같이 나보다 빨리 일어나서 내가 일어날 때쯤이면 원두를 갈아 나를 위해 커피를 내려줬다. 남의 집 자식이고 나도 성인이니 모든 건 내가 결정하고 행동해도 된다고 월리는 이야기 하지만 그런 월리 앞에서 게을러질 수는 없었다.
처음엔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 월리에게 "할아버지"가 아닌 이름을 부르는 건 그리 쉽지 않았다. 하지만 문화상가 그랬고 월리의 강요로 그래야만 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런 문화 때문에 나이에 상관없이 마음만 맞는 다면 어울릴 수 있고 그로 인해 세대차는 더욱더 줄어드는 것 같다. 그래서 한국 이였다면 정중히 모셨어야 하는 월리이지만 불편함 없이 친구처럼 지낼 수 있었다.
사실 캐나다 학원은 실망스러웠다. 호주 학원과는 정말 분위기가 달랐다. 캐나다 학원이 안 좋다는 뜻이 아니라 호주 학원 생활이 너무 만족스러워서 캐나다도 그러기를 기대했다.
빅토리아가 그리 큰 도시는 아니지만 그래도 도시는 도시다. 호주에서 학원이 끝나면 할 게 없어 다 같이 바다에 갔다면 캐나다에선 학원이 끝나면 모두 자기 할 일이 바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나에게 있었다. 월리의 집이 학원과는 너무 멀어 가끔씩 학원 사람들과 어울린다고 해도 7시면 막차 걱정을 하기 시작해야 하고 8시면 자리를 떠나야 했다. 호주에서는 셰어하우스가 많아 집으로 돌아갈 상황이 못 된다면 누구의 집에서 자도 그리 문제 되지 않았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홈스테이를 하고 있어 만약 차를 놓치면 나를 재워줄 수 있는 친구도 없었다.
이렇게 처음에는 호주 생활이 좋았다는 이유로 캐나다 생활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고 계속 호주와 비교하며 불평불만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