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의견으로 시애틀의 분위기는 밴쿠버와 굉장히 비슷했다. 문제는 날씨도 비슷해 내가 있던 초겨울엔 매일 같이 비가 왔다. 여행자 입장에서 비가 오면 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시애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이소룡 무덤이었다. 처음 호스트가 스에틀에는 이소룡 무덤이 유명하다고 했을 때 이소룡 관련 전시장이나 박물관 안에 무덤이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소룡 무덤은 공동묘지 안에 평범한 사람들의 묘지와 같이 놓여있다. 하지만 이소룡 묘지에 매일 같이 꽃을 놓는 사람도 있고 시애틀에 살지 않지만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단다. 그리고 내가 가장 놀랐던 건 구글맵에 이소룡 묘지를 검색하면 공동묘지 안의 정확한 이소룡 무덤의 위치를 안내해준다는 것이었다.
날씨 때문엔 시애틀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시애틀을 떠나려 했다. 계획에 없던 시애틀행이었기 때문에 시애틀 이후 계획은 당연히 없었다. 당장 내일 떠날 수 있는 비행기들은 국내선이라고 해도 감당할 수 없이 비쌌고 뉴욕이나 시카고 같은 미국 동부를 가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같은 서부라고 해도 남쪽에 있는 샌프란시스코, 엘에이 비행기표 값도 절대로 싸지도 않았다.
밴쿠버는 벗어날 수 있었지만 다시 시애틀에서 발목이 잡혔다. 하지만 미국 출국 비행기를 센프란 시스코에서 타기 때문에 어쨌든 내려가야만 했다.
이제 남은 방법은 버스밖에 없었다. 다행히 시애틀에서 출발해 L.A로 가는 버스가 있었고 버스 치고 비싸지만 비행기의 반값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행기를 2주 전에만 예약했어도 버스값보다 쌌다고 한다.
여하튼 돈도 돈이지만 버스를 탄 결정적인 이유는 31시간을 달려 미국 대륙을 북남으로 가로지른다는 사실이 뭔가 멋있게 느껴졌다. 31시간이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창밖을 바라보며 사색도 하고 밀린 일기도 쓰며 버스 안의 사람들과 이야기하면 그것도 하나의 재밋거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버스를 타기 전에 미리 예상했다. 중간중간에 있는 휴게소는 무조건 비쌀 거라고. 그래서 버스를 타기 전에 미리 빅맥 3개, 도넛 6개, 프링걸스 2통 그리고 콜라 1.5L를 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의 휴게소에는 어디든 패스트푸드점이 있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맥도널드, 타코벨, 서브웨이 같은 음식점이 한 곳에 모여있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맥도널드에서 갓 나온 따뜻한 빅맥을 먹을 때 나는 혼자 차갑게 식은 빅맥을 꾸역꾸역 눌러 넣었다. 그리고 3끼 음식을 미리 사놨기 때문에 배고프다고 먹는 게 아니라 남은 시간을 계산하며 배가 고파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면 아껴뒀다가 나중에 먹어야 했다.
솔직히 말해서 미국을 버스로 종단한다는 건 생각처럼 멋지지 않았다. 내가 상상했던 버스 여행은 중간중간 바다도 보이고 산도 넘고 사막도 가로지르는 것 이였지만 내가 본 것은 허허벌판의 국도, 휴게소가 다 다. 그리고 31시간이었던 여행은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38시간이 됐고 미리 사놓은 음식은 진작에 다 떨어졌다.
하지만 버스에서 내가 만났던 사람들은 생각보다 더 나이스 했다.
미국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난 그간 미국은 나라 전체가 뉴욕 같을 것이고 모든 사람들이 I.T에 능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버스 안에는 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많았고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집에 인터넷도 없이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한 달에 2번꼴로 총기 난사가 일어나고 살면서 미국 밖을 나가지 않는 사람들이 전체 인구의 60%가 넘는다는 등의 쓸모는 없지만 미국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도 알 수 있었다.
버스 안에서의 하루 반은 생각보다 빨리 흘러갔고 L.A에 도착했다. 다른 나라지만 밴쿠버와 시애틀은 굉장히 비슷했다. 하지만 시애틀과 L.A는 같은 나라지만 확연히 달랐다.
일단 비가 오지 않았고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더웠다. 그리고 야자나무가 많고 멕시코 국경과 가까워 멕시코인과 멕시코 상점이 많았다.
드디어 캐나다를 떠난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