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계획한 3개월은 빅토리아에서 모두 다 써 버렸다. 하지만 캐나다를 떠나기 전 근처 도시인 벤쿠버는 가보고 싶었다. 그리고 벤쿠버의 가장 저렴한 호스텔로 숙소를 옮겼다. 가격 때문인지 호스텔이지만 여행자보다는 노숙자인지 여행자인지 헷갈리는 사람들과 불법적으로 캐나다에 체류하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그 사람들에게 나도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호스텔의 모든 공간은 형식상 금연 공간이었지만 부엌뿐만 아니라 방에서도 사람들은 담배는 물론 심지어 마리화나도 피웠고 침대는 벌레가 생긴다는 이유로 메트릭스의 포장지도 뜯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친절했다. 처음 보는 나에게도 저녁을 나눠주고 술을 함께 마시고 누군가는 항상 거실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렇게 밴쿠버에서 3일을 보낸 다음날의 아침 자메이카행 비행기표를 확인해 보았다. 그런데 비행기는 이미 3일 전에 캐나다를 떠났었다. 캐나다 입국비자를 받기 위해 3개월 전에 미리 사놓은 표라 출국 날짜를 잘못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쓸모 없는 경험은 없다고 이미 호주에서 하와이행 비행기를 놓쳐본 경험이 있어 그리 당황하지 않고 바로 공항에 가서 비행기표의 날짜를 바꿔보려했다. 하지만 숙소에 있는 스위스인 한 명이 자신이 아껴놓은 위스키 한 명을 나를 위로하기 위해 오픈하겠단다. 엇차피 3일을 늦은 이 시점에서 몇시간 더 늦는다고 상황이 크게 악화될 것 같지 않아 아침부터 위스키를 마시고 공하을 가기 전 캐나다 카드를 정리하기 위해 은행으로 향했지만 내가 은행원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나에겐 은행 보안관이 나를 은행에서 쫓아낸 기억만 있다. 위스키를 너무 많이 마셨나 보다.
그렇게 통장정리를 하지 못하고 공항을 향했다. 항공사에 찾아가 내가 3일 전에 떠난 자메이카행 비행기 티켓이 있는데 출국 날짜를 잘못 기억해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혹시 돈을 조금 내고 비행기 날짜를 바꿀 수 있냐고 물어보니 승무원은 나에게 되물어 본다. 내가 생각하기엔 그 티켓을 다시 쓸 수 있을 것 같냐고. 내가 대답했다. 없을 것 같다고. 그리고 승무원이 미소를 띠우며 내 말이 맞단다, 이미 3일이나 늦은 티켓을 다시 쓸 수 있는 방법은 없단다. 망했다. 캐나다 비자는 3개월 더 남아 있었지만 하루라도 빨리 따뜻한 나라로 가고 싶었다.
더 이상 공항에 있을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이미 30만원 가까운 돈을 낭비했기 때문에 돈을 더 쓰고 싶지 않았다. 공항 화장실에서 씻고 편의점에서 밥을 먹으며 뾰족한 수가 생길 때까지 공항에서 시간을 보냈다.
여담이지만 여태 잠을 자본 공항중에서 밴쿠버 공항이 최고인 것 같다. 보통 공항은 잠을 자는 공간이 아니라 Waitting room에서 잠을 잘수있다. 하지만 잠을 자려면 다음날 비행기표를 보안관에게 보여줘야만 한다. 밴쿠버 공항도 마찬가지로 특별히 누워서 잠을 잘 곳을 만들어 놓지는 안았지만 내가 잠잘만한 곳을 물어보니 나는 손님이기 때문에 어디서든 자도 괜찮다고 한다. 그리고 해가 뜨면 누군가 깨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도 깨우지 않아 모닝콜도 없이 개운하게 일어나 인터넷을 쓰기 위해 다시 편의 저으로 갔다. 아무리 검색해 봐도 내일 당장 떠날 수 있는 비행기표들은 터무니없이 비싸다.
한풀이를 하기 위해 전화한 친구가 이야기한다. 비행기가 비싸면 버스를 타고 미국을 가는 건 어떠냐 한다.
아..! 살면서 육로로 국경을 넘어본 경험이 없어 시애틀로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다. 게다가 버스비는 20달러 그리고 2시간도 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미국에 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