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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리 Aug 30. 2019

내게 세계여행은 2-유럽

여행을 하는 2년은 매일이 특별한 시간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매일 같은 특별함에 익숙해져 웬만한 특별함에는 자극을 느끼지 못했다. 유럽에서는 특히 더.

난 남미를 좋아한다. 열정적인 사람들, 뜨거운 날씨, 무엇보다도 불안한 치안이 주는 은근한 스릴감. 물론 한국과 비교한다면 유럽도 그리 안전하지는 않다.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는 가방을 꼭 앞으로 매야하고, 소지품으로 자리를 맡는 것은 그 소지품을 '기부'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래도 남미처럼 누군가 내게 총을 들이밀 일은 없지 않은가.

도둑질도 '노동'이라고 생각한다면 도둑 역시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보상'을 바랄 것이다. 구멍 난 신발에 덥수룩한 머리, 험상궂은 인상까지. 만약 내가 도둑이라면 더 '노동 효율이 좋은' 타깃을 찾았을 것이다. 남미의 스릴감 즐기던 내게 안전한 유럽은 지루할 정도였다. 모든 귀중품을 소지한 채 공원에서 실컷 자고 일어나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매일 같이 보는 웅장한 교회, 전에 봤던 것 같은 아름다운 교회, 또 다른 교회, 교회, 교회... 아름다운 동시에 지루한 나의 유럽여행을 특별하게 만들어 준 것은 지난 시간이었다. 호주, 북미, 남미를 여행며 알게 된 유럽 친구들. 그들은 내게 교회(근대 건축물)를 둘러보는 것이 유럽여행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스페인 여자와 소개팅, 바르셀로나 축구 직관, 알프스에서 캠핑 등 혼자였다면 절대로 하지 못했을 경험들을 했다. 자연스럽게 유럽의 화려한 근대 건축물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바르셀로나까지 가서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들어가지 않았을 정도로.


유럽에 도착하기 전 난 유럽에 대한 일종의 환상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살면서 한 번쯤은 유럽에 꼭 가봐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도. 하지만 유럽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 어디를 여행하느냐 보다 중요한 것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 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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