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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리 Aug 29. 2019

나에게 세계여행은 1-남미

솔직히 말하면 나도 내가 지구를 한 바퀴 돌 수 있을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호주, 북미, 남미를 거쳐 유럽에 도착하기 전까지도.

나는 안전불감증 말기다. 운이 나빴다면 안 좋은 일을 당해도 몇 번을 당했을 것이다. 콜롬비아 야간 버스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주는 맥주를 연거푸 얻어 마시기도 했고(술에 수면제를 타서 범죄를 저지른다는 이야기를 미리 들은 상태였다.), 페루에서는 아무런 예방접종 없이 아마존에 들어가기도 2주간 지내기도 했다. 물론 매 순간 아무런 걱정 없이 행동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걱정의 크기보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훨씬 더 컸다는 것.

어차피 100만 원을 들고 떠난 여행이지 않은가. 가진 모든 걸 빼앗긴다고 해도 몸만 건강히 한국에 돌아간다면 성공적인 여행이라고 생각하며 더욱 대담하게 행동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무모 해지는 나를 보며 남미 친구들은 그렇게 행동하다가는 나의 유품만이 한국땅으로 다시 밟을 수도 있다는 섬뜩한 경고를 하기도 했다.


6개월간 남미를 여행하며 안 좋은 일은 딱 한 번 밖에 당해보지 않았다. 아마존강을 시속 10KM로 3일간 가로지르는 배에서. 그것마저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해먹에 매달려 잠을 자고 있는 사이 여권, 카메라, 핸드폰, 노트북, 그리고 현금 200달러가 있는 가방에서 현금만 없어졌다. 참 젠틀한 도둑이다. 도둑의 입장에서는 가방을 통째로 가져가는 게 훨씬 쉬웠을 것이다. 돈도 되고. 만약 그랬다면 난 아직도 말도 통하지 않는 아마존에서 신분증명도 하지 못한 채 육지로 나가는 비행기 값을 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난 그 도둑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게 다 다. 안타깝게도 안 좋은 일과 관련돼서는 더욱 극적인 이야기를 해줄 수 없다.

세계여행은 나를 조금 더 긍정적이고 무모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하고 싶은 것은 어떻게든 하고야 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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