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리 Oct 10. 2019

나의 출간기 4

일기장을 가장한

원고가 완성됐다. 하지만 제목이 나오지 않았다. 이때부터였다. 나와 출판사의 의견 마찰이 시작된 것은. 원고 작업을 할 때까지 난 글은 잘 쓰지 못해도 말은 잘 듣는 작가였다. 말을 잘 들을 수밖에. 글이라는 것을 제대로 써본 적이 없는 나라는 사람을 작가로 만들어준 고마운 곳인데.


제목 선택은 원래 출판사의 재량이다. 작가의 의견을 '참고'할 뿐이고.

출판사는 내게 감성적인 제목을 요구했다. 난 그게 싫었다. 논리적인 이유는 없었다. 그냥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출판사는 내게 논리적으로 반박했다.


"작가님 에세이 사서 봐요? 에세이는 보통 여자가 읽어요. 제목은 무조건 감성적이어야 해요."



'여행, 내가 되는 시간', '떠나보니 내가 되었다'와 같은 나름 감성적인 제목을 10개 이상 제시했다. 물론 출판사는 'OK'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이렇다 할 제목이 나오지 않았다. 짜증은 더욱 커졌다. 그렇게 해서 정해진 제목이 뭐냐고? '돈보다 시간이 많아서 다행이야'. 확정된 제목을 듣고 김이 확 빠졌다. 이 제목은 챕터 2의 제목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제목을 고민하기 시작했을 때 제일 먼저 제안했던 제목이기도 하고.



출판사와의 다음 마찰은 표지 디자인. 난 디자인을 전공했다. 디자인을 잘하지는 못하지만 보는 눈은 있다고 생각한다. 표지 디자인 시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의견 조율을 위해 내가 원하는 디자인을 대략적으로 표현해 공유했다. 그게 문제였다. 내가 한 행동의 출판사의 디자이너를 무시하는 것이란다.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6월 25일에 책이 나왔다. 다행히 6월은 넘기지 않았다. 인쇄된 실물을 보고 가장 먼저 든 감정은 후련함이었다.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시작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출간기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