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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리 Oct 09. 2019

나의 출간기 3

일기장을 가장한

책을 내기 전부터, 아니,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부터 출판사들은 나를 '작가'라고 불렀다. 그런데 난 그게 싫었다. 낯간지럽고.

특히 편집자에 의해 수정된 원고를 컨펌만 하던 때(나의 출간기 2 참고)는 애매한 내 자신의 포지션 때문에 '작가'라는 타이틀이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원고 수정을 하나부터 열까지 나에게 시키던 지금의 출판사가 좋았다.

나와 출판사는 작가와 회사의 관계보다는 학생과 지도교수의 관계에 더 가까웠다. 일주일에 한 번씩 카페에서 만나 2시간씩 원고의 '틀린 부분'을 지도받았다. 그리고 술을 마시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른 부분이 아닌 틀린 부분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표현이 아닌 문법이. 당시 내 글에는 영어식 표현과 어순이 많았고, 비약 너무 심했다.

무엇보다도 내 태도의 문제가가 가장 컸다. 좋은 글과 나쁜 글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다. 글은 그냥 쓰는 것일 뿐. 당시 학생이던 난 원고 작업은 주로 이동시간과 같은 자투리 시간에 했다. 제대로 된 글이 나올 리 만무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출판사에서 가져오는 원고에는 틀렸음을 표시하는 빨간 줄이 한 문장이 멀다 하고 벅벅 그어져 있었다. 난 그걸 당연시 여겼다. 그런데 2달이 지나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자 출판사에서는 다른 작가의 원로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 원고에는 내 원고와 달리 빨간 줄이 없었다. 많아봐야 한 장에 한 개. 내 원고는 빨간 줄이 적으면 한 문장에 한 개. '작가'의 원고는 원래 이래야 된단다. 난 그걸 몰랐다. 처음부터 틀려왔기 때문에 틀리는걸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때부터 한국어 문법을 공부했다. 책도 많이 찾아 읽고, 좋은 문장도 분석하고. 어쨌든 덕분에 많이 배웠다.



문제는 그러는 사이 출간 일이 계속해서 밀렸다는 것이다. 2017년 11월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당시만 해도 2018년 초 출간을 목표로 했지만 어영부영 2018년 3월로 밀렸다. 물론 나의 작문 실력은 짧은 기간에 늘지 않았고, 출간일은 2018년 중반까지 밀렸다. 출판사에서는 6월은 넘길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이 대거 여행을 떠나기 직적이기 때문이다.

출판사의 독촉이 없었더라면 출간일은 더욱 밀렸을 것이다. 출판사 대표님과 함께 며칠 밤을 지새운 덕분에(출판사 대표님 혼자 밤을 지새우는 날은 더욱 많았다.) 6월 중순에 원고 작업을 완성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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