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리 Oct 30. 2019

안전 혹은 지루

일기장을 가장한

다시 집과 카페만을 왕복하는 일과가 시작됐다. 프리랜서로 일하기에 내 장점과 경험은 보잘것없었다. 사업을 하자니 아이템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배짱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내린 결론은 취업. 짧은 시간이지만 3군데의 회사에서 일하며 난 회사와 맞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지 않았던가. '회사'라는 시스템 자체가 아닌, '한국 회사'와 맞지 않는 것이기를 바라며 해외취업을 결심했다. 


국가를 정하는 기준은 

1. 한국어를 쓸 수 있다는 게 장점이 될 것.

2. 국가 발전 속도가 빠를 것.

3. 해외 근무 경험이 귀국 후 나만의 강점이 될 수 있을 것.


내 기준에는 선진국보다는 개발도상국이 더 적합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베트남. 포스트 차이나로 떠오르는 베트남에서 경력도 쌓고 언어도 배워 온다면 귀국 후에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 결론 내렸다.



해외라고 한들 딱히 일하고 싶은 회사는 없었다. 준비운동 삼아 하나의 이력서를 회사 이름만 바꿔 한번쯤 들어본적 있는 모든 글로벌 회사에 뿌렸다.

오! 역시 난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먹히나 보다. 단 한 번도 서류통과를 하지 못했던 상반기 공채와 달리 서류를 보내는 족족 통과됐다. 그중 글로벌 담배 회사는 온라인 인터뷰까지 제안했다. 지겨운 백수생활이 끝날 수 있다는 안도감보다 이대로 다시 주말과 월급날만을 기다리는 지겨운 일상이 시작될 수 있다는 걱정이 더 컸다.

어디든 가고 싶었다. 바람도 쐬고 마음의 준비도 하고. 쉽게 얻은 성과였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있었다. 사실 비흡연자인 내게 글로벌 담배회사는 그리 매력적이지도 않았다.

당장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비행기 티켓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적은 비용으로 쉽게 갈 수 있는 가장 이색적인 곳인 홍콩행 편도 티켓을 샀다. 그리고 그다음 주에 출국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백수가 적성에 맞지 않아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