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가 아메리칸 드림까지 죽일 뻔했던 이야기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다시 대통령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엔 주식시장으로부터 처음에 환영받지 못했다. S&P 500 지수는 트럼프 2기 첫 100일 동안 7.9% 하락하며 역대 대통령 중 2번째로 최악의 출발을 기록했다. 1973년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2기의 -9.9% 다음으로 말이다.
첫 번째 임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1기 때는 첫 100일 동안 5% 상승했는데, 이번엔 정반대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답은 간단하다. 관세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부터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며 무역전쟁을 예고했다. 그리고 그 말을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4월 2일 로즈가든에서 발표한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정책은 시장에 충격파를 던졌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순간 주식시장은 폭락했다.
단 이틀 만에 6.6조 달러(약 9,240조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틀간 손실이었다. S&P 500은 3월 13일 조정장 진입 후 4월 8일엔 16.9%까지 떨어지며 베어 마켓(bear market) 직전까지 갔다.
다행히 4월 9일 트럼프는 관세 시행을 90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시장은 그날 9.5% 급등하며 2008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깨달은 건 명확했다. 트럼프의 관세 위협은 대부분 협상용 카드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실효 관세율은 13% 수준으로, 골드만삭스는 최종적으로 17%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처음 위협했던 수준보다는 훨씬 낮다.
8월 현재 S&P 500은 연초 대비 8.4% 상승했다. 4월 저점에서는 28% 반등했고, 7월엔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롤러코스터 같은 한 해였지만, 결국 플러스로 돌아섰다.
그렇다면 트럼프 2기는 정말 실패작일까? 꼭 그렇지도 않다. 선거일부터 8월까지 계산하면 S&P 500은 10% 이상 상승했다. 연율로 환산하면 1.58%의 플러스 수익률이다.
조 바이든(Joe Biden) 첫 5개월(34%)이나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초기(30%)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1기 첫 5개월(-12%)보다는 훨씬 낫다. 역사는 단기간 실적으로 대통령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지금 시장은 미묘한 균형점에 서 있다. 경제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고하다. 소비자 지출은 건전하고, 기업 실적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도 있다.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트럼프의 정책 변화가 너무 잦고, 그 여파가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장기 투자자들은 항상 이런 단기 충격을 이겨냈다.
1950년 트루먼 대통령 시절 S&P 500에 1,000달러(약 140만 원)를 투자했다면, 올해 6월 기준으로 380만 달러(약 53억 2천만 원)가 되어 있을 것이다. 단기 변동성은 눈에 띄지만, 장기 상승 추세는 변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값비싼 언어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