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4.5% vs 인플레이션 2.4%, 2%p 차이 두고 벌어지는 싸
미국에서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Fed) 의장을 "멍청이(numbskull)"라고 공개적으로 부르며, "어쩔 수 없이 뭔가 강제할 수도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금리를 내리라는 것이다.
현재 연준 기준금리는 4.5%인데 인플레이션은 2.4%다. 2%포인트나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도 파월은 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답답할 만하다.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금리가 내려가야 하는데, 연준은 꿈쩍도 하지 않으니까.
트럼프는 심지어 "내가 비판할수록 파월이 금리를 내리기 어려워진다는 걸 안다"면서도 "친절하게도 해봤고, 중립적으로도 해봤고, 못되게도 해봤다"고 털어놨다. 그야말로 온갖 방법을 다 써봤다는 뜻이다.
파월이 트럼프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버티는 이유는 명확하다. 2021년 인플레이션 대응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당시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고 오판해서 금리를 너무 늦게 올렸고, 그 결과 2022년 인플레이션이 9%까지 치솟는 참사를 겪었다.
지금 인플레이션이 2.4%로 안정화됐다고 해서 성급하게 금리를 내렸다가 다시 인플레이션이 되살아날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본격화되면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연준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일부는 7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지만, 다수는 신중한 접근을 선호한다. 2025년 금리 인하에 대한 전망도 연준 위원들 사이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번 사태는 중앙은행 독립성이라는 글로벌 스탠다드가 시험받는 상황이다. 미국 연준의 독립성은 전 세계 금융시장의 신뢰 기반이다. 만약 트럼프의 압박에 굴복해서 성급한 금리 인하를 단행한다면, 연준의 신뢰도는 급격히 추락할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도 만만치 않다. 대통령 권한을 이용해 연준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카드들을 가지고 있다. 연준 이사진 교체, 예산 압박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어쩔 수 없이 뭔가 강제할 수도 있다"는 발언이 단순한 엄포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연준-트럼프 갈등이 한국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
첫째, 달러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연준이 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동안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미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금리가 높게 유지되면 성장주보다는 배당주, 가치주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셋째, 한국 정부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준다. 한미 금리 역전 상황이 지속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제한된다. 내수 경기 부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재점화 위험이다. 만약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연준의 성급한 금리 인하가 겹치면, 2021-2022년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이 경우 전 세계적으로 물가 불안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연준의 독립성이 승리해왔다. 하지만 트럼프는 기존 정치인들과는 다른 스타일이다. 실제로 "강제할 수도 있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파월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다만 확실한 건 하나다. 이 갈등이 장기화될수록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진다. 투자자들은 연준 회의와 트럼프 발언을 동시에 주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시대가 됐다.
대통령이 중앙은행 총재를 '멍청이'라고 부르는 나라에서 투자하려면 정치 리스크도 계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