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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동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구직 기간이 3.5년 만에 최고치, '고용 얼음땡'의 신호

by ChartBoss 차트보스


출처: Chartr


197만 명의 경고: 일자리를 잃으면 재취업이 더 어렵다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6월 14일 기준 계속 실업급여 신청자가 197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3.5년 만의 최고치다.


실업급여 통계에는 두 가지 핵심 지표가 있다.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initial jobless claims)는 새로 실직한 사람들의 수이고, 계속 실업급여 신청자(continuing jobless claims)는 이미 실직했지만 아직 재취업하지 못해 계속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사람들의 수다.


현재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는 안정적이다. 즉, 새로운 해고가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계속 실업급여 신청자는 197만 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기존에 실직한 사람들이 새 일자리를 찾지 못해 더 오랜 기간 실업 상태에 머물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대량 해고는 일어나지 않고 있지만, 한 번 직장을 잃으면 재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채용도 안 하고, 해고도 안 하는" 얼음땡 노동시장

현재 미국 노동시장은 "저고용, 저해고(hire less, fire less)" 모드에 진입했다.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주저하는 동시에 기존 직원들도 붙잡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자신감이 아닌 신중함에서 나온 선택이다.


컨퍼런스 보드(Conference Board) 조사에서 일자리가 "풍부하다"고 답한 소비자 비율이 4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구직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현실이 통계로도 확인된 것이다.


숫자로 보는 냉각 현상

인디드 채용 연구소(Indeed Hiring Lab) 6월 보고서는 더 구체적인 그림을 보여준다. 지난 3개월 동안 미국의 월간 일자리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2019년 평균을 밑돌았다.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서는 채용을 하고 있는 업종도 2024년 초 75%에서 현재 52%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는 노동시장 전반에 걸친 냉각을 의미한다. 특정 업종의 일시적 침체가 아니라 전 산업에 걸친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소비 둔화가 가속화하는 고용 한파

노동시장 냉각의 또 다른 신호는 소비 지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5월 소비자 지출이 두 달 연속 감소했고, 소매 판매는 2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월간 하락을 기록했다. 소비가 줄어들면 기업들이 채용을 더욱 망설이게 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기업들은 다가올 관세 부담 등 비용 압박에 직면해 있다. 리치몬드 연준(Richmond Fed)의 톰 바킨(Tom Barkin) 총재는 "현재의 저채용, 저해고 환경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즉, 지금까지는 해고를 자제해왔지만 앞으로는 그마저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연준의 낙관론 vs 현실의 우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 의장은 지난주 노동시장이 "견고하며" "최대 고용 수준 또는 그에 가까운" 상태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과는 온도 차이가 있어 보인다.


통계상으로는 실업률이 낮고 고용이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구직자들이 재취업에 더 오랜 시간을 소요하고 있다. 이는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2022년 고용 대란의 후유증

현재 상황은 2022년 고용 대란의 후유증이기도 하다. 당시 기업들은 구인난에 시달리며 높은 임금을 제시해야 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기업들은 기존 직원을 붙잡아두려 하고, 신규 채용에는 더욱 신중해졌다.


결과적으로 노동시장이 경직되면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더 오랜 기간 구직 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는 개인에게는 경제적 타격이고, 사회 전체로는 인적 자원의 비효율적 활용을 의미한다.


전환점에 선 미국 노동시장: 세 가지 시나리오

현재 미국 노동시장은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앞으로 전개될 수 있는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시나리오 1: 일시적 조정

팬데믹 이후 과열된 노동시장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가는 과정일 수 있다. 2021-2022년 극심한 구인난을 겪은 기업들이 채용에 더 신중해진 것이 일시적 현상이라면, 경기가 회복되면서 다시 활발한 채용이 시작될 것이다.


시나리오 2: 구조적 변화

하지만 더 근본적인 변화가 진행 중일 가능성도 있다. AI와 자동화 확산, 리모트 워크 정착,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이 노동시장 구조를 영구적으로 바꾸고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과거와 다른 새로운 고용 패턴이 고착화될 것이다.


시나리오 3: 침체 신호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현재 상황이 경기 침체의 전조일 가능성이다.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고 기존 직원을 붙잡는 것이 경기 불안에 대한 대비책이라면, 앞으로 해고까지 시작될 수 있다.


연준 딜레마: 낙관론과 현실 사이

197만 명의 계속 실업급여 신청자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미국 경제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조기 경보 시스템이다. 이 수치는 연준의 정책 딜레마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파월 의장이 말하는 "견고한" 노동시장과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온도 사이의 괴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실업률은 여전히 낮지만, 실업의 질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실직해도 빠르게 재취업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장기간 구직 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계속 실업급여 신청자가 200만 명을 넘어서고, 더 나아가 250만 명에 근접한다면 연준은 금리 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인플레이션 억제와 고용 안정 사이에서 균형점을 다시 찾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 수치는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할 것인지, 아니면 예상보다 거친 착륙을 경험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가 될 것이다.


한줄평

해고는 안 하지만 채용도 안 하는 미국 기업들 덕분에, 일자리 잃은 사람들만 더 오래 기다리는 기막힌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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