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믿었던 고용지표, 알고 보니 대충 만든 '초안'에 불과했다
미국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 BLS)이 2025년 3월 고용지표를 91만 1천 개 하향 수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록상 최대 규모의 조정 중 하나이다. 2024년에도 81만 8천 개의 대규모 하향 수정이 있었다.
미국 고용통계 수정의 패턴을 확인해 보면,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연례 벤치마크 수정 중 대부분이 하향 조정이었다. 2022년에만 46만 2천 개가 상향 조정되었고, 나머지는 대부분 하향 수정이었다.
문제는 이런 부정확한 수치가 실시간으로 금융시장을 뒤흔든다는 점이다. 미국 시간으로 매월 첫 금요일 발표되는 고용지표는 채권 수익률, 주가, 환율을 순식간에 요동치게 만든다. 투자자들은 "91만 개 일자리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던" 데이터를 보고 투자 결정을 내린 것이다.
특히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Fed는 고용지표를 바탕으로 금리 인상이나 인하를 결정하는데, 만약 실제 고용 상황이 발표된 수치보다 91만 개나 나빴다면 금리 정책도 달라질 수 있다. 잘못된 정보로 잘못된 정책이 시행될 위험이 상존하는 셈이다.
2015년부터의 연례 벤치마크(benchmark) 수정 내역은 다음과 같다.
2015년: -20만 8천 개
2016년: -15만 개
2017년: +9만 5천 개
2018년: +4만 3천 개
2019년: -50만 1천 개
2020년: -17만 3천 개
2021년: -16만 6천 개
2022년: +46만 2천 개
2023년: -30만 6천 개
2024년: -81만 8천 개
2025년: -91만 1천 개
11년 중 8번이 하향 수정이었고, 3번이 상향 수정이었다.
이런 대규모 수정이 반복되는 이유는 미국 노동통계국의 조사 방식에 있다. 매월 발표되는 고용지표는 약 14만 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표본 조사에 기반한다. 하지만 연례 벤치마크(benchmark) 수정에서는 실제 고용보험 기록 등 더 정확한 행정 데이터를 사용한다.
결국 매월 발표되는 수치는 "초안"에 불과하다. 몇 달 후 극적으로 바뀔 수 있는 잠정적 수치인 것이다.
이번 사태가 투자자들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매월 발표되는 고용지표에 과도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 투자자들이 미국 금리 동향을 예측하기 위해 고용지표를 참고할 때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91만 1천 개라는 어마어마한 수정 규모는 단순한 통계 오차를 넘어선다. 이는 미국 경제의 실상이 생각보다 훨씬 약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만약 실제 고용 증가가 발표치보다 훨씬 낮았다면, Fed의 금리 인하 압박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 통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는 점이다. GDP, 인플레이션, 고용지표 등 경제정책의 기초가 되는 통계들이 모두 "초안" 수준이라면, 과연 어떤 데이터를 믿고 투자해야 할까?
특히 미국이 세계 경제의 중심인 상황에서 이런 통계 신뢰성 문제는 글로벌 시장 전체에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도 미국 고용지표를 보고 자국의 경제정책을 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용지표를 신중하게 대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대응책이다. 단일 지표에 의존하지 말고 여러 경제지표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는 통계 조사 방식의 근본적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 매월 91만 1천 개씩 틀릴 수 있는 통계라면 차라리 발표 빈도를 줄이고 정확성을 높이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이제 미국 경제 정책도 주사위 굴려서 결정하는 시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