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킥보드, 완전히 다른 운명
한국에서 전동킥보드는 여전히 골칫거리다. 2018년 225건에 불과했던 사고는 2022년 2,386건으로 10배 이상 폭증했다. 사망사고는 6.5배 증가했다. 무면허 사고가 35%를 차지하고, 그 중 10대가 67.6%다. 단독사고 치사율은 5.6%로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 1.3%의 4.3배에 달한다. 서울 곳곳에서 '킥보드 없는 거리'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같은 시기, 북미에서는 정반대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코로나 전, 우리가 즐겼던 트렌드가 하나 있었다. 전동킥보드. 회의론자들은 많았다. 하지만 이 트렌드는 살아남았다. 미국과 캐나다의 공유 자전거와 킥보드 이용 건수가 2023년 1억 5천만 건을 넘어서며 팬데믹 이전 최고치를 돌파했다. 마이크로모빌리티는 일시적 도시 트렌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교통수단의 변화였다.
2019년 약 1억 4천만 건으로 정점을 찍었던 이용량은 2020년 팬데믹과 함께 6천만 건으로 급락했다. 절반 이상 증발했다. 도시가 멈추고, 사람들이 집에 갇히자 거리의 킥보드와 자전거도 함께 멈췄다. 많은 이들이 이 산업의 종말을 예견했다.
하지만 회복은 예상보다 빨랐다. 2021년부터 이용량은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고, 2023년 1억 5천만 건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거장 기반 자전거(station-based bike)는 여전히 시스템의 중심이지만, 회복을 주도한 건 어디에나 세워둘 수 있는 도크리스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dockless e-scooter and e-bike)였다. 정차장 없이 어디서나 빌리고 반납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통했다.
한때 이 탈것들을 기괴한 신기술로 취급했던 도시들이 이제는 교통 네트워크에 통합하고 있다. 배출가스와 교통 체증을 줄이는 수단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뉴욕, 토론토, 몬트리올 같은 대도시들은 자전거 공유 프로그램을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차트가 보여주는 건 단순한 숫자의 회복이 아니다. 사람들의 이동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증거다. 짧은 거리 이동에 차를 타는 대신 킥보드를 타고, 지하철 대신 자전거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었다. 팬데믹이라는 충격을 견디고 돌아온 트렌드는 이제 더 이상 트렌드가 아니다. 일상이다.
위험하다고 없애는 나라, 위험을 관리하며 키우는 나라 - 10년 후 누가 옳았을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