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화 하나에 목숨 거는 시대가 왔다!
2025년 11월 3일 일요일, 뉴욕 5개 자치구의 거리가 러너들과 응원단으로 뒤덮였다. TCS 뉴욕 시티 마라톤(TCS New York City Marathon)에 약 59,000명의 참가자가 몰린 것이다. 이는 단순히 '많이 왔다'는 수준이 아니다. 마라톤 역사상 단일 대회 최다 참가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이전 기록 보유자는? 2025년 4월 런던 마라톤이었다. 당시 56,600명이 완주했다. 뉴욕은 그보다 2,400명이나 더 많은 러너를 끌어모았다. 2024년 뉴욕 마라톤과 비교해도 6% 증가한 수치다. 특히 여성 참가자가 2,400명 더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케냐의 헬렌 오비리(Hellen Obiri)는 이날 여성 코스 신기록을 세웠다. 2시간 19분 51초. 남자부는 같은 케냐 출신 벤슨 키프루토(Benson Kipruto)가 1초도 안 되는 차이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뉴욕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마라톤 참가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런던 마라톤의 해외 참가자 등록비는 약 300달러(42만원)다. 결코 저렴하지 않은 금액이지만, 베를린, 도쿄, 런던 등 주요 도시 마라톤의 출발선에는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 같은 유명인들까지 등장하고 있다.
왜 사람들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을까? 전문가들은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키워드를 꼽는다. 구조(structure), 규율(discipline), 커뮤니티(community). 팬데믹으로 무너진 일상의 틀을 마라톤 훈련으로 되찾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젊은 층에게 러닝 클럽은 단순한 운동 모임이 아니다. 새로운 데이트 핫스팟으로 떠오르고 있다. 헬스장이 식상해진 요즘, 한강이나 공원을 함께 뛰는 것이 더 매력적인 만남의 방식이 된 셈이다.
뉴욕과 다른 주요 도시들에게 마라톤의 부활은 경제적으로도 달콤하다. 참가자들과 관중들이 쏟아붓는 돈이 수억 달러에 달한다. 숙박, 식사, 교통, 관광까지 합치면 마라톤 하나가 지역 경제를 확실하게 살찌운다.
뉴욕 마라톤의 역사를 보면 흥미롭다. 1970년 첫 대회 이후 꾸준히 성장했지만, 2001년 9.11 테러 직후 참가자가 급감했다. 2002년에는 여성 참가자가 처음으로 10,000명을 넘어섰다. 2012년 허리케인 샌디(Hurricane Sandy)와 2020년 코로나로 두 차례 대회가 취소됐지만, 그 이후 반등은 가파르기만 했다.
지난 20년간 뉴욕 마라톤의 인기는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1970년대 초반 몇천 명에 불과했던 참가자가 이제는 거의 60,000명에 달한다. 남성 참가자도 늘었지만, 여성 참가자의 증가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그래프를 보면 2000년대 초반부터 여성 참가자의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42.195km를 달리는 게 데이트 코스가 되는 시대, 러닝화가 명품백보다 더 핫한 아이템이 될 날도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