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미국을 갈라놓은 K자형 회복의 실체
2024년 말 트럼프(Trump)의 관세 정책이 본격화된 "해방의 날(Liberation Day)" 이후, 미국 경제는 기묘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애틀랜타 연준(Atlanta Fed)의 GDPNow 지표는 플러스 4% 영역까지 회복했지만, 비농업 고용 증가 추세는 마이너스 영역으로 급락했다. 경제성장과 고용이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른바 K자형 회복이다.
로베코(Robeco)의 2026년 투자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 약 11% 수준이다. 문제는 기업들이 이 관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비율이 현재 20%에서 2026년 초까지 50%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저소득층에게 돌아간다.
이 K자형 회복의 핵심은 소비 양극화다. 고소득층은 2025년 4월 10일 이후 S&P 500이 25% 이상 급등하면서 막대한 자산 효과를 누리고 있다. 미국 가계 순자산은 가처분소득 대비 7.8배에 달한다. 주식 부자들은 계속 소비하지만, 저소득층은 일자리 감소와 물가 상승의 이중고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로베코(Robeco)는 이 상황을 "불안정한 균형(unstable equilibrium)"이라고 진단한다. 결국 두 가지 길 중 하나다. 고용이 회복되거나, 아니면 실물경제가 고용을 끌어내려 본격적인 경기침체로 진입하거나.
더 흥미로운 분석은 이 괴리의 원인에 있다. 로베코(Robeco)는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한다.
첫째, AI 기반 생산성 향상이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이 사람 대신 기술에 투자하기 시작했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대졸 신입 채용률이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는데, 이는 AI가 특정 노동시장 세그먼트를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둘째, 무역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들이 신규 채용 대신 기존 인력을 더 쥐어짜면서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을 가능성이다. 케인스(Keynes)가 1930년대에 경고했던 "기술적 실업(technological unemployment)"이 90년 만에 현실이 되고 있는 셈이다.
로베코(Robeco)의 경기침체 모니터는 현재 미국 경기침체 확률을 20%로 산정하고 있다. 2025년 10월 기준 3개월 평균 비농업 고용 증가가 2만 9천 명 수준인데, 역사적으로 이 수준은 거의 항상 경기침체의 전조였다. 유일한 예외는 1962년으로, 당시 1만 7천 명까지 떨어졌다가 기적적으로 회복했다.
미국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단체(National Federation of Independent Business, NFIB) 설문조사에서 중소기업들이 "매출 부진"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 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만약 이 약세가 대기업으로 전이된다면, 실업률이 1%포인트 이상 급등하며 경기침체에 진입할 수 있다.
그럼에도 로베코(Robeco)의 기본 시나리오는 비교적 낙관적이다. 그들은 2026년에 "동조화된 전환(synchronized shift)"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 무역 긴장 완화, 글로벌 제조업 사이클 반등, 중앙은행 완화 정책의 지연 효과가 맞물려 선진국 경제가 잠시나마 동시에 상승하는 시나리오다.
2007년 시티그룹(Citigroup) CEO 찰스 프린스(Charles Prince)의 유명한 말처럼, "음악이 연주되는 한, 일어나서 춤을 춰야 한다(As long as the music is playing, you've got to get up and dance)." 지금 음악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다만 무도회장 한쪽에서는 샴페인이 터지고, 다른 쪽에서는 출구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GDP가 오르면 경제가 좋아진 거라고? 그건 주식 가진 사람들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