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 크로스비는 역사, 머라이어 캐리는 현재, 그리고 알고리즘의 승리
빙 크로스비(Bing Crosby)의 'White Christmas'(1942년)는 물리적 음반 5,000만 장 이상 판매로 기네스북이 인정한 역대 최다 판매 싱글이다. 2위인 엘튼 존(Elton John)의 'Candle in the Wind 1997'(3,300만 장)을 압도한다. 20세기 크리스마스 음악의 성공은 수명과 누적 판매량으로 측정됐다.
스트리밍 시대는 측정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1994년)는 발매 당시 물리적 판매가 미미했다. 하지만 스포티파이(Spotify)에서만 24억 회 이상 재생됐다. 2024년 한 해 전 세계 스트리밍은 860% 급증했고, 미국은 1,100% 증가했다.
결과는 명확하다. 물리적 판매로는 'White Christmas'가 1위지만, 스트리밍을 포함하면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압도적이다. 현대 크리스마스 음악의 인기는 한 번의 큰 판매가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재생으로 결정된다.
전미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NBER) 연구가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인기 플레이리스트 상위 곡은 5위 곡보다 7배 많은 스트리밍을 받는다. 크리스마스 플레이리스트는 더 극단적이다. 일반 플레이리스트 곡이 평균 200일 머무는 반면, 크리스마스 플레이리스트는 평균 6년 유지된다.
이 시스템에서 머라이어 캐리는 완벽한 수혜자다. 2019년부터 매년 빌보드 Hot 100 1위를 차지했다. 총 21주간 1위 기록은 스트리밍 송즈 차트 역대 최장이다. 플레이리스트 기본 선택이 된 곡은 매년 스스로를 강화한다.
머라이어 캐리는 스포티파이에서만 추정 804만 달러(약 112억 원)의 로열티를 벌었다. 8년 연속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 크리스마스 1위다. 2023년에는 21개국에서 데일리 톱 송 차트 정상을 찍었다.
오래된 곡들도 혜택을 받는다. 브렌다 리(Brenda Lee)의 'Rockin' Around the Christmas Tree'(1958년)는 스트리밍 12억 7천만 회로 510만 달러(약 71억 원)를 벌었다. 하지만 새 곡들이 더 유리하다.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의 'Santa Tell Me'(2014년)는 21세기 크리스마스 곡 중 최고 수익으로 449만 달러(약 63억 원)를 기록했다.
스트리밍은 소비 방식만 바꾼 게 아니라 성공의 정의를 재설계했다. 'White Christmas'는 역사적 판매 1위지만, 현대 기준으로는 머라이어 캐리가 압도한다.
더 중요한 변화는 진입 장벽이다. 플레이리스트 상위권을 기존 곡들이 장악하면서, 새로운 크리스마스 히트가 나올 공간이 사라졌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크리스마스 음악은 큰 비즈니스가 아니었다. 하지만 머라이어 캐리가 증명한 성공 가능성은 동시에 도달 불가능한 기준이 됐다.
승자는 반복을 지배하는 곡들이다. 그리고 그 곡들을 선택하는 건 알고리즘이다.
빙 크로스비는 5,000만 장 팔았고, 머라이어 캐리는 매년 12월마다 부활한다. 스트리밍 시대의 승리는 반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