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10억 달러 상금에 빅클럽들이 시큰둥한 이유

축구가 아닌 돈벌이가 된 클럽 월드컵의 진실

by ChartBoss 차트보스



2025년 6월, 유럽 축구계가 막을 내리자 전 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집중됐다. 바로 32개 최강 클럽이 참가하는 새로운 클럽 월드컵이다. FIFA가 자신 있게 내놓은 10억 달러 상금 풀은 분명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하지만 정작 이 돈의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빅클럽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차갑다. 왜일까?


10억 달러도 레알 마드리드 앞에겐 용돈 수준

FIFA가 자랑하는 10억 달러 상금 풀의 구체적인 배분을 보면 더욱 흥미롭다.

참가비: 525백만 달러 (32개 클럽 균등 배분)

성적 보너스: 475백만 달러 (상위 클럽 유리)

그룹 스테이지: 승리시 200만 달러, 무승부시 100만 달러

16강: 750만 달러

8강: 1천만 310만 달러

4강: 2천만 100만 달러

준우승: 3천만 달러

우승: 4천만 달러


우승 상금 4천만 달러가 적다고? 절대 그렇지 않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Real Madrid)의 클럽 가치가 64억 달러라는 사실 앞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이는 클럽 가치의 0.6%에 불과하다. 맨시티(51억 달러), 바이에른 뮌헨(41억 달러) 등 다른 메가클럽들도 마찬가지다.


더 웃긴 건 성적 보너스 475백만 달러다. 이름만 들으면 공정해 보이지만, 결국 브랜드 가치와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빅클럽들이 더 많이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FIFA의 '공평한 배분'은 결국 부익부 빈익빈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진짜 돈은 경기장 밖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빅클럽들이 이 대회에 참가하는 진짜 이유는 뭘까? 답은 브랜드 노출과 팬베이스 확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자산에 있다.


바이에른 뮌헨(Bayern Munich)이 오클랜드 시티(Auckland City)를 10-0으로 때려눕힌 경기를 보자. 경기 자체는 재미없었지만, 결과는 달랐다. 바이에른의 공식 SNS 포스트는 X에서 196만 뷰, 인스타그램에서 33만 좋아요를 기록했다. 더 놀라운 건 하루 만에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45,000명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이는 지난 30일간 팔로워 증가의 28.7%에 해당한다.


4천만 달러 우승 상금으로는 메시나 음바페 같은 슈퍼스타 한 명 데려오기도 어렵다. 하지만 전세계 수억 명이 지켜보는 무대에서 얻는 브랜드 가치 상승은? 그 값을 매기기 어려울 만큼 크다.


미국의 계산법: 스포츠를 돈으로 바꾸는 마법

개최국 미국의 속셈도 만만치 않다. 연간 20억 달러 경제 효과와 4만 개 일자리 창출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애틀랜타, 마이애미, 로스앤젤레스 같은 개최 도시들은 호텔 점유율 상승과 관광 수입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소 냉혹했다. 일부 경기는 관중 수가 2만 명도 채 안 되는 민망한 상황이 벌어졌고, 평균 입장률은 52%에 그쳤다. 미국인들에게 맨체스터 시티(Manchester City) 대 우라와 레드 다이아몬즈(Urawa Red Diamonds) 경기가 얼마나 매력적일지는 뻔한 일이었다.


그러나 FIFA는 이런 우려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 진짜 돈은 방송권과 디지털 스트리밍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코카콜라, 비자, 아디다스 같은 글로벌 스폰서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경기장의 함성이 아니라 전세계 TV와 스마트폰 화면에 노출되는 시간이다.


팬들의 진짜 속마음: "이게 축구야, 비즈니스야?"

전통적인 축구 팬들의 반응은 복잡하다. "돈벌이를 위해 축구의 순수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실제로 유럽 팬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상업적 토너먼트"라는 냉소적인 시각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의 팬들에게는 다른 얘기다. 평소 유럽 무대에서만 볼 수 있던 빅 클럽들을 자국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FIFA는 바로 이 지점을 노리고 있다. 글로벌 축구 시장의 확장과 새로운 수익원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전략이다.


울산 HD의 씁쓸한 현실: 955만 달러 벌고도 굴욕

K리그 클럽 중 유일하게 클럽 월드컵에 진출한 울산 HD의 사례를 보면 이 대회의 명암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울산은 955만 달러를 챙겼다. 이는 K리그 우승 상금의 26배에 달하는 거액이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마멜로디 선다운즈(Mamelodi Sundowns), 플루미넨시(Fluminense), 보루시아 도르트문트(Borussia Dortmund)를 상대로 3전 전패를 당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더 안타까운 건 울산의 클럽 월드컵 통산 전적이 이제 7전 전패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울산 선수들이 가장 힘들어한 건 경기력이 아니라 날씨였다. 체감온도 45도의 폭염 속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고, 첫 경기에서는 낙뢰 때문에 65분간 경기가 중단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첼시의 대역전: 아무도 예상 못한 우승팀의 등장

그리고 정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첼시(Chealsea)가 결승에서 파리 생제르맹(PSG)을 3-0으로 완파하며 개편된 클럽 월드컵의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 결과가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는 경기 전 예측을 보면 알 수 있다. 축구 통계 전문 '옵타(Opta)'는 PSG의 승리 가능성을 42.2%로 점친 반면, 첼시의 승리 가능성은 31.4%로 내다봤다. PSG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모든 대회를 휩쓸며 세계 최강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첼시의 우승은 단순한 트로피 획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첼시는 축구 역사상 모든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최초의 구단이 되었다. 그리고 상금도 어마어마했다. 총상금 1억 2,950만 달러를 획득했는데, 이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지출한 금액의 절반 이상을 충당하는 수준이다.


결국 승자는 정해져 있었다

클럽 월드컵의 진정한 승자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팀이 아니다. 이 거대한 스포츠 비즈니스 생태계를 설계한 FIFA와 글로벌 스폰서들이 진짜 승자다. 클럽들은 브랜드 가치 상승이라는 미끼에 낚여 FIFA의 돈벌이 구조에 기꺼이 참여하고 있다.


빅클럽들이 4천만 달러 상금에 시큰둥한 이유를 이제 알겠는가? 이들에게 진짜 가치는 돈이 아니라 전 세계를 무대로 한 브랜딩 기회다. 그리고 FIFA는 이런 클럽들의 욕망을 정확히 읽고 있다.


현대 축구에서 순수한 스포츠 정신을 찾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21세기 글로벌 스포츠 산업의 민낯이다. 감정보다는 계산이, 열정보다는 수익이 우선되는 시대에 클럽 월드컵은 그 변화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케이스다.


한줄평

FIFA가 10조 달러를 뿌려서 만든 클럽 월드컵, 진짜 우승자는 방송권료 챙긴 FIFA와 광고비 뽑아낸 스폰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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