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계는 여전히 남성의 놀이터
스포티파이(Sportify) 상위 1,000명 아티스트 성별 분석 결과가 충격적이다. 남성이 79.3%, 여성이 20.3%를 차지한다. 남성도 여성도 아닌 성별로 성정체성을 밝힌(non-binary) 뮤지션은 0.4%에 불과하다.
거의 8대 2에 가까운 비율이다. 마치 파레토 법칙처럼 보이지만, 이건 자연스러운 분포가 아니라 구조적 불균형으로 보인다.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가 2024년 스포티파이 최다 스트리밍 아티스트 1위를 차지했지만, 전체 그림은 여전히 남성 중심이다.
스포티파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빌보드 핫 100(Billboard Hot 100) 차트를 보면 더 극명하다.
2012년부터 2023년까지 12년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남성 작곡가가 여성 작곡가보다 6배 많다. 가수는 그나마 나은데, 곡을 쓰는 사람은 압도적으로 남성이다.
흥미롭게도 이 비율은 12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2012년이나 2023년이나 비슷한 수준이다. 개선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특히 작곡가 부문의 성별 불균형이 심각하다. 가수로는 활동할 수 있어도, 곡을 쓰는 단계에서는 여성의 참여가 현저히 떨어진다.
이는 음악 산업의 백엔드, 즉 제작과 창작 과정이 여전히 남성 중심이라는 의미다. 무대 위는 다양해져도, 무대 뒤는 여전히 폐쇄적이다.
프로듀서, 엔지니어, 작곡가 등 핵심 창작진에서 여성의 비율이 낮은 것이 결국 전체 산업의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는 2024년 가장 성공한 아티스트 중 하나다. 에라스 투어(Eras Tour)는 10억 달러를 돌파한 역사상 최고 수익 콘서트 투어가 됐고, 스포티파이에서는 연간 최다 스트리밍 아티스트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녀의 성공이 산업 전체의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예외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한 명의 슈퍼스타가 있다고 해서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이렇게 확실한 데이터가 나와도 변화가 없는 이유는 뭘까? 음악 산업의 구조적 문제가 생각보다 뿌리 깊기 때문이다.
음악 산업은 전통적으로 남성 네트워크가 강했고, 여성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특히 작곡이나 프로듀싱 같은 기술적 영역에서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기회를 가졌다. 이는 교육과 멘토링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업계 의사결정권자들이 대부분 남성이다 보니, 변화에 대한 의지나 절박함이 부족할 수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성공 사례가 있어도 "예외"로 치부하며 시스템 자체를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희망적인 신호들이 있다.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 올리비아 로드리고(Olivia Rodrigo) 같은 젊은 여성 아티스트들이 차트를 석권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단순히 가수가 아니라 직접 작곡과 프로듀싱에도 참여한다. 빌리 아일리시는 오빠와 함께 집 침실에서 그래미상을 휩쓴 앨범을 만들었고,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데뷔작부터 작곡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변화가 누적되면 언젠가는 전체 통계에도 반영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12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던 비율이 몇 명의 스타 때문에 갑자기 뒤바뀔 가능성은 낮다. 설마 변화한다 하더라도, 변화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게 문제다. 12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구조적 변화에는 세대 교체만으로는 부족하고, 의식적인 정책과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음악업계 전문가들이 공통된 의견이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혼자 잘한다고 남초 판이 변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