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급 투잡 러시가 다시 시작됐다
2025년 2월 현재 미국 성인의 5.4%가 두 개 이상의 일자리를 갖고 있다. 이는 15년 만에 최고치다. 20명 중 1명이 투잡을 뛰고 있다는 뜻이다.
차트를 보면 더 극명하다. 1994년부터 2009년까지는 6% 안팎을 유지했지만, 2010년대 들어 5% 아래로 떨어졌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로 4%까지 급락한 후, 최근 4년간 가파르게 상승해 2009년 수준까지 올라왔다.
마지막으로 이 정도 비율을 기록한 게 2009년 4월이었다. 금융위기 직후였다. 지금 상황이 그때와 비슷하다는 건 심상치 않은 신호다.
15년 만에 투잡족이 급증한 이유는 명확하다. 물가는 폭등했는데 월급은 그만큼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미국 물가상승률은 연평균 5-9%를 기록했다. 하지만 임금 상승률은 3-4% 수준에 머물렀다. 실질 구매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주택비, 식료품비, 에너지비 같은 필수 지출이 급등했다. 렌트비는 지역에 따라 20-30% 올랐고, 장보기 비용도 크게 늘었다. 한 개 직장 월급으로는 버티기 어려워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금은 투잡 하기가 예전보다 쉬워졌다는 점이다. 우버(Uber), 리프트(Lyft), 도어대시(DoorDash), 인스타카트(Instacart) 같은 플랫폼들이 유연한 부업 기회를 제공한다.
주말에 우버 운전하고, 저녁에 음식 배달하고, 틈틈이 온라인으로 프리랜싱하는 식이다. 예전처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일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대부분 불안정하다. 건강보험도 없고, 유급휴가도 없고, 퇴직금도 없다. 그냥 당장 현금이 필요해서 하는 일들이다.
2009년 금융위기 때와 지금의 차이점은 고용시장 상황이다. 2009년에는 실업률이 10%까지 치솟았다. 일자리 자체가 부족해서 투잡을 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실업률이 4% 안팎으로 낮다. 일자리는 많은데 월급이 생활비를 못 따라가는 상황이다. 어떻게 보면 더 심각할 수도 있다.
2009년에는 "경기만 회복되면 괜찮아질 거야"라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경기는 좋은데도 투잡을 해야 한다. 구조적 문제라는 뜻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주식시장에서는 여전히 다른 얘기들만 나온다. 지수가 몇 퍼센트 떨어졌다고 난리고, 어떤 섹터가 오르네 내리네 하는 얘기뿐이다.
하지만 실제 미국인들은 생계를 위해 투잡을 뛰고 있다. 월스트리트와 메인스트리트가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
투자자들과 언론은 "경제 지표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일반인들은 여전히 물가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숫자상으로는 회복됐어도 체감 경기는 다르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이 미국만의 문제일까? 한국도 비슷한 조짐이 보인다. 배달 라이더, 대리운전, 플랫폼 노동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40-50대 직장인들 중에 퇴근 후 배달 일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아파트값, 사교육비, 생활비 때문에 본업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보다 사회보장제도가 약하다. 투잡이 필수가 되는 사회로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투잡이 보편화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일단 사람들이 더 피곤해진다. 여가 시간이 줄어들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줄어든다.
소비 패턴도 바뀐다. 필수품 위주로 소비하고, 사치품은 줄인다.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내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 심각한 건 사회적 불평등이 확대된다는 점이다. 부자는 투자 수익으로 더 부자가 되고, 서민은 투잡으로 간신히 버티는 구조가 고착화된다.
그래서, 미국의 5.4%라는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 신호다.
주식시장은 호황인데 투잡족은 사상 최대라니, 미국 경제가 좋다는 게 누구 기준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