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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설 Dec 21. 2020

<강철비 2 : 정상회담>

영화 감상

<강철비 2 : 정상회담>을 봤다. 예전에 제피가루의 <스틸레인>을 재밌게 보았고, 영화 <강철비>도 본 적이 있던 터라 내심 기대를 했었더랬다. 한국과 북한, 미국이 정전협정을 위해 모인 장소에서 쿠데타가 발생하고 삼국 정상들은 북한의 핵잠수함에 감금된 상황. 요는 큰 감흥은 없었다. 잠수함 전은 재밌었지만.

전작인 <강철비>는 한국과 북한의 두 철우에 대한 허구적인 이야기였다면, 이번 작품은 전작에 비해 ‘사실적’인 요소가 더 많더라. 그런데 그 점에서 이 영화는 영화만의 재미를 잃었다. 일종의 ‘불쾌한 골짜기’ 이론이랄까? ‘인간은 인간과 어설프게 닮은 대상을 오히려 인간과 닮지 않은 대상보다 혐오한다.’는 말을 빗대어 보면, 관객은 현실과 어설프게 닮은 작품을 현실과 닮지 않은 또는 현실을 담지 않은 작품보다 싫어할지도 모른다.

영화는 실제 있었던 일과 현실적인 문제들을 가져와 영화를 꾸린다. 중일 간 조어도 분쟁, 한일 간 독도 분쟁 등 동북아 국가 간 영토분쟁. 일본의 우경화와 미국의 네오콘. 한미일 공조에 따른 중국의 불만. 한반도 국제정세와 주요 이슈인 한반도 비핵화, 정전협정. 패권국과 도전국 간에 세력전이에 따른 갈등. 영화는 이를 통해 실제로 현실에 있을 법한 내지 사실적인 힘, 개연성을 가진다. 영화에 현실적인 요소들을 대입해서 관객들로부터 몰입을 이끌어낸다.

더 나아가 실제 인물들의 면면을 일부 차용해서 주인공들을 꾸며냈다. 영화 속 세 주인공인 한 대통령, 북 위원장, 스무트를 보면서 관객은 실제 누군가를 연상케 된다. 그게 이영화의 문제이자 맹점이다. 영화 속 세 인물은 창조물이다. 창조자의 의도에 따라 누군가는 의인화되며, 누군가는 인간적으로, 누군가는 희화화되는 것이다. 영화 속 캐릭터들의 말과 행동의 전반은 창조자의 상상과 생각이며, 실제 인물을 연상케 하는 캐릭터의 행동은 일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현실의 누구를 떠올리고 저마다 영화와 현실 간에 괴리를 느낀다. 그 괴리가 영화에 대한 몰입을 방해함으로써 영화의 흡입력을 떨어뜨린다. 차라리 인물을 구성할 때 실제 인물을 연상케 할 요소를 배제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또한 이 세 인물들은 지나치게 평면적이다. 배우들의 열연은 빛났지만, 세 주인공은 창조자의 상상을 보여주는 장치이자 생각을 전달하는 전서구에 불과하다. 오히려 영화에서 입체적인 인물들은 잠수함 내 승무원들이다. 이들은 어머니와 함께 집에서 따뜻한 밥을 먹길 소망하고, 북 위원장을 구출하여 영웅이 되길 바란다. 사지로 내몰리는 것을 두려워하고 동료의 죽음에 격분한다. 현실적이고 입체적이다. 함 내 전투와 위기에서 보여주는 이들의 모습이야말로 인물의 입체성과 사건의 개연성, 영화의 주제를 얼핏 보여주었다. 영화적인 재미도 있었고.

영화 속에서 가장 빛이 났던 인물은 다름 아닌 신정근 씨가 분한 부함장이었다. 부함장은 군인으로서 자국의 안보를 최우선으로 하고 지휘관으로서 부하들을 아끼고, 전투에 있어 뛰어난 지휘능력을 보여주었다. 이상적이고 허구의 인물이지만 현실의 누군가가 아니기에 보다 더 입체적이고 현실적이었다. 그리고 감동과 재미를 주었다.


현실의 문제를 다루는 영화가 설득력 또는 흡입력을 위해 현실의 인물을 일부 또는 완전히 빌릴 필요는 없 않을까?


로 허구는 사실보다 더 현실적인 법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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