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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성섭 May 10. 2024

초3 때 책 가지고 안 간 잘못

어떤 사람이 약 10년 전인 초등학교 3학년 때 책을 가지고 가지 않아 학교에서 벌을 섰고, 그것도 어머니가 책을 학교로 가지고 와서 보고 꾸중까지 들었다면서, 그것이 정말로 죽을 죄를 지은 것인지 질문하였다. 다음과 같이 답하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책을 안 가지고 학교에 가서 선생님으로부터 벌을 받고, 창피하다고 느끼고 있던 차에, 어머니가 책을 가지고 학교에 와서, 질문자가 꾸중을 받고 있는 것을 보고, 속상해하고 꾸중을 하였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정말 죽을 죄를 지은 것인지 질문하였습니다. 


저는 질문자가 아무런 죄를 짓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질문자가 사회 규칙이나 윤리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선생님이 벌을 주고, 어머니가 속상해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질문자가 당시에 그것을 창피해하고 부끄러워하였던 것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책을 가지고 오지 않으면 벌을 주겠다는 것을 규칙으로 정하였기 때문에,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그 규칙을 지켜야 하였기 때문에 벌을 주었을 것입니다. 또 어머니께서는 믿고 있던 자식이 생각지도 않게 벌을 받고 있으니, 그 자식에 대한 서운한 감정에 속상해하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자 또한 창피하고 부끄러웠던 것이 질문자의 됨됨이로 보아 당연하였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질문의 내용으로 보아 질문자는 당시 성실하고 자기 맡은 일에 충실하였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성실하고 신뢰를 중시하는 사람은 남에게 자신의 단점이나 잘못을 보이면 보통 창피하게 생각하면서, 몸 둘 바를 몰라하고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질문자가 당시에 창피하게 생각하고 부끄러워하였던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때가 2003년이면 이미 21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그렇다면 질문자는 이미 30대 초반의 나이를 지나고 있습니다. 질문자가 30대의 성인이 되었음에도 그것을 용서받지 못할 죄인 것처럼 생각한다는 것은 지혜로운 태도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질문자는 당시 책 3권을 가지고 가지 않았던 것이 고의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자기도 모르는 실수로 하였기 때문입니다. 

실수는 모든 사람이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완전한 신이 아니고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유한한 존재는 언제라도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실수를 하고도, 실수한 것을 모르거나, 아니면 실수한 것을 알고도 그것을 고치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잘못을 알고 그 잘못을 다시 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입니다. 따라서 질문자가 학교에 갈 때 다시는 책을 빠지지 않도록 주의를 하였다면, 질문자는 훌륭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질문자가 그 후 다시는 책을 빠지지 않게 가지고 갔다면, 질문자는 훌륭한 사람이지 죽을 죄를 지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질문자가 창피한 것에 대한 반항심에서 계속 의도적으로 책을 빠뜨려 가지고 갔다면, 그것은 선생님과의 무언의 약속이나 규칙에 대해 합당하지 않는 이유로 위반하였기 때문에 올바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약 아직까지 실수로 책을 가지고 가지 않은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다면, 그것을 이제 깨끗이 잊고 밝고 자신감 있는 마음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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