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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친구를 좋아하고 감사한다

by 차성섭

나에게 H라는 친구가 있다. 중학교 동기로서 서울에 가면 가끔 만난다. 그 친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마음이 편안하고 시간이 잘 간다. 그 친구와 둘이서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부부가 같이 만나기도 한다.


그 친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부담이 없고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어떤 친구를 만나면 자기 자랑을 늘어놓거나, 아니면 지나친 불평이나 험담을 하는 친구가 있다. 그런 친구는 왠지 편하지가 않다. 상대의 말을 듣거나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의 말만 일방적으로 하는 사람은 왠지 마음이 불편하다.


그러나 그 친구는 그렇지 않다. 그 친구는 자기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하지 않는다. 그 친구가 하는 말의 내용은 지혜롭다. 나는 지혜라고 하는 것은 조화와 균형이라고 생각한다. 조화와 균형은 자연적인 것이다. 자연은 절대적 평균이 아니라 조화와 균형을 지향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자연에는 절대적 평균이 있을 수 없다. 높은 것이 있는가 하면 낮은 것도 있고, 힘이 강한 것이 있는가 하면 힘이 약한 것도 있다. 그러나 높고 낮거나 강하거나 약하거나 간에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각자가 다 가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자연이 영구히 존재할 수 있는 원리이다. 각자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나는 조화와 균형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에서 지나치게 강하거나 약한 것은 도태된다. 생존할 수 있는 것은 조화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지혜를 가지고 있는 존재자들이다.


그 친구의 말과 행동이 그러하다. 그 친구는 자기의 철학이 개똥철학이라고 한다. 요사이 우리 주변에 개똥은 별로 없다. 옛날 농업사회이던 시절, 농촌에 가면 개똥은 마을과 들판에 늘려 있다. 그러나 개똥은 환경을 더럽히지 않았다. 시골에서 퇴비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옛날 개똥은 주변에 항상 있으면서, 또 좋고 깨끗한 것이 아니면서도,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았고 오히려 농사에 도움을 주었다. 환영을 받지 않으면서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개똥이다.


그 친구는 높은 관직에 있지도 않았고, 회사의 임원으로 근무하지도 않았고, 큰 부자도 아니며, 높은 학위를 가진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 친구는 생활하는 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재산을 가지고 있고, 주변 친한 친구 가운데는 지방법원장, 이름있는 회사의 사장, 대학교수 등도 있다. 그런 친구들도 그 친구에게 자문을 구한다. 그것은 그 친구가 지혜로운 말을 하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예로서 2, 3주 전에 그 친구와 만나 저녁을 같이 먹고, 커피점에서 커피도 마셨다. 7시에 만나 이야기를 하다 11시가 되어 해어졌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빨리 지나갔다. 그날 그 친구와 이야기한 것은 아마 건강에 관한 것, 생활에 관한 것일 것이다.


건강에 관한 것은 일정한 운동을 하데, 지나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건강하기 위해서는 나이가 들수록 소식을 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소식은 그 친구가 이전부터 하던 말이다. 나는 먹는 것도 삶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인데 왜 그 즐거움을 버리느냐고 하였다. 그러면 그 친구는 약간의 배고픔이 오히려 즐거움을 준다고 하였다. 그러다 나도 7개월 전부터 그 친구의 말에 따라 식사량을 줄였다. 최근 5kg의 몸무게가 줄었다. 물론 기분도 좋고 몸도 가볍다.

또 단전으로 심호흡하는 것에 관해서도 이야기하였다. 단전 호흡을 하면 단전이 따뜻해지는 것을 그 친구는 느낀다고 하였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것을 느끼지는 못한다. 그러나 잠이 오지 않을 때 잠이 잘 오고, 마음이 편한 것을 느낀다.


생활에 관한 것으로 그 친구는 아무리 좋은 취미생활이라고 즐겁지 않으면 자기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볼 때, 그 친구는 머리가 좋고 재능이 뛰어나다. 붓글, 기타, 하모니카, 테니스, 골프 등 미술, 체육, 음악을 모두 잘한다. 극단적 쾌락을 추구하지 않고, 생활 가운데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 그 친구의 생활방식이다.


나는 물론 그 친구와 같이 재능이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 나는 기타를 배우려고 1년 가까이 배웠으나, 아직 잘하지 못한다. 나 같은 경우, 재미없다고 그만두면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을 것이다. 나는 재능이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노력을 하면서 배우야 한다.

하지만 그 친구가 말한 ’재미가 없으면 좋은 취미라도 하지 않는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짧은 기간이 아니고 긴 기간 동안 취미생활을 위해 고통을 감수하여야 한다면 그것은 취미가 아니라 괴로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나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를 정도로 편안하고 또 삶에 지혜로운 방법을 이야기하는 친구,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 친구를 좋아하고, 그 친구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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