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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농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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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성섭 Sep 20. 2019

2019년 09월 20일 금

아침에 농장에 가서 예초기로 풀을 깎기로 생각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모링가 잎을 채취하기로 아내와 약속하였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려고 생각하니, 새벽에 잠을 몇 번 깼다. 피곤하여 7시에 일어나 몸균형운동을 하고, 아침을 먹고 농장에 갔다.     


농장에 도착하니 9시 정도 되었다. 예초기를 하기 전에 연밭의 물을 보니, 물이 없었다. 이 씨 논에 가서 물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 씨 논의 벼는 이미 베고 없었다. 논에는 작물이 없이 비어있었다.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가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씨 논에서 연밭으로 오는 물꼬는 그대로 있었다. 벼를 베면서 물꼬를 터놓은 것 같았다. 이 씨에게 감사한다. 그런데 멧돼지가 개울에서 이 씨 논으로 물이 들어오는 입구를 파헤쳐놓았다. 

사실 농막의 동쪽 출입구와 연결된 윤 씨 논두렁이 지난주에 파헤쳐져 있었다. 폭 50cm 정도의 논두렁이 길이 20m 정도로 파헤쳐있었다. 나는 짐승이 그런 것으로 생각하지 못하였다. 짐승이 하는 것으로 너무 일정한 폭으로 나란히 파헤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윤 씨가 왜 눈을 파헤쳤는지 궁금하게 생각하였다. 어제 서울에 있는 아내와 전화를 하면서, 그것은 사람이 파헤친 것이 아니고 멧돼지가 하였다는 것이다. 멧돼지가 지렁이를 먹기 위해 그렇게 하였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연밭의 물이 줄어들면서, 마지막까지 물이 있었던 깊은 곳에 있는 미꾸라지를 잡아먹기 위해, 멧돼지들이 약 1평 정도를 다 파헤쳐놓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지난해 가을에 연밭 부분에 물이 있는 곳에도 울타리를 쳤다. 올해는 멧돼지들이 연밭 안에 있는 고구마나 땅콩을 파헤치지 않았다. 처남의 말에 의하면 멧돼지들이 고구마와 땅콩이 있는 것을 알면, 입으로 땅을 파헤쳐 농사를 망친다고 한다. 우리 밭에 심어놓은 고구마와 땅콩은 울타리가 있어 아직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지금 시골에는 멧돼지 피해가 많은 것 같다. 나의 밭이 있는 곳은 처남 집이 멀지 않고, 개가 있다. 그런데도 멧돼지가 오는 것은, 먹을 것이 있으면 아무 곳에나 멧돼지가 온다는 것이다. 나는 어릴 때 소를 먹이려 산에 갔다. 그때가 1960년대이다. 그때만 하여도 멧돼지나 고라니는 없었다. 우리 부모 세대가 젊었을 때는 멧돼지와 노루가 많았다고 하였다. 하지만 1960년대에는 산에 나무도 없고, 멧돼지와 고라니 노루 같은 짐승은 없었다. 그런 짐승들이 어디에서 와서 지금 농민들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극성을 부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오늘 이 씨 논의 물꼬를 파헤친 것도 멧돼지가 한 것이 분명하다. 그곳에 미꾸라지와 같은 먹이가 있어, 아마 그것을 먹기 위해 그런 것 같다. 그래서 개울에서 들어오는 물이 연밭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이 씨 논으로 새고 있었다. 나는 예초기를 하기 전에 먼저, 삽으로 물꼬를 다시 정리하고 물이 연밭으로 들어오도록 하였다.   

  

그리고 예초기로 풀을 베었다. 윤 씨 논과 이 씨 논에는 이미 풀을 깎았다. 깍지 않은 부분을 깎았다. 농막 동쪽에 있는 정원의 잔디도 깎았다. 예초기의 기름이 남아 있어서 윤씨 논 입구 주차장에 있는 풀도 깎았다. 그렇게 하고 나니, 시간이 12시가 되었다.     


오늘 아내가 일찍 온다고 하였다. 아내와 전화를 하니, 12시 버스를 탔다고 하였다. 아내가 일찍 오는 것은 오늘 오후 5시 10분에 K 씨 부부와 힐데스하임 골프장에서 운동하기로 약속하였기 때문이다. 아내가 오기 때문에 늦게까지 농장에서 일을 할 수 없었다.     


연밭이 있는 곳에 풀을 메고, 남은 시간에는 모링가 잎을 땄다. 한 줄을 땄는데, 10 리터 양푼이 한 양푼이 정도 되었다. 1시 40분 정도 되어서 아내 마중을 갔다. 집에서 쉬다가 5시 10분에 넷 사람이 운동을 재미나게 하였다.     


내일은 아내와 일찍 농장에 가서 고구마를 캐기로 하였다. 고구마를 늦게 캐면 심이 생겨 맛이 없고, 또 일요일에는 비가 오기 때문에 내일 토요일 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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