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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농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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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성섭 Mar 15. 2020

2020년 03월 07일 토

지난 금요일인 3월 6일 저녁에 제천에 내려왔다. 

나 혼자 밭에 갔다. 아내는 다른 일이 가지 않았다. 오랜만에 밭에 가니,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밭둑과 이랑에는 새싹들이 움트고 있고, 땅들도 계절의 변화에 따른 변화를 몸으로 나타내고 있었다. 

밭에 간 첫째 이유는 감자를 심을 곳을 일구기 위해서였다. 밭에 가서 보니, 밭 두둑이 푸석푸석하게 들떠있었다. 지난 초겨울에 멧돼지들이 먹을 것을 찾기 위해 밭둑을 파헤쳐놓았다. 멧돼지들 힘이 좋아, 폭 50cm 정도를 30m 이상을 파헤쳤다. 나는 처음에는 사람이 기계로 그렇게 한 것으로 생각하였다. 사람이 그렇게 할 이유가 없는데, 어떤 사람이 밭둑을 망가뜨린 것인지 원망도 하였다. 나중에 알아보니 멧돼지들의 장난이었다 

멧돼지들이 파헤친 둑에는 풀이 없고, 풀이 없는 땅은 겨울을 지나면서, 얼었던 것이 녹으며 땅의 표면을 공기주머니가 들어간 것처럼 푸석푸석하게 하였다. 아마 푸석푸석한 술떡을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밭의 입구 두둑이 푸석푸석하니 보기에 좋지 않았다. 게을러 방치한 것 같기도 하였고, 밭이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였다. 할 수 없이, 감자 심을 곳 일구는 것을 그만 두고, 밭의 입구에서 보이는 밭의 둑을 먼저 손질하였다. 푸석푸석한 밭둑을 삽으로 때려 다지기도 하였고, 그것이 힘이 들면, 발로 눌러 다지기도 하였다. 밭둑을 다지면서, 밭의 도랑도 쳤다. 그것의 전체 길이는 40m가 넘는다. 눈에 보이는 10m 정도만 먼저 하였다. 그렇게 하니, 깨끗하고 단정하고 튼튼하게 보였다. 

다음에 감자를 심을 곳에 퇴비를 주고, 철호크으로 이랑을 뒤집었다. 그리고 네기로 흙을 다시 이랑에 모은 후, 이랑을 골랐다. 이랑을 호크로 고른 후, 나무판자로 만든 흙 고르기로 땅을 평평하게 하였다. 흙 고르기는 내가 직접 만든 것이다. 말이 그렇지 이 작업은 힘이 많이 들었다. 허리가 아팠다. 다 마치고 나니, 저녁 6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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