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육아일기

2020년 03월 18일 수

by 차성섭

오늘이 수요일이다. 다른 때와 같이 오늘도 아침 8시 48분 기차를 타고 손자를 보기 위해 서울에 왔다. 11시 조금 넘어 집에 도착하였다. 짱베와 짱미는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손자를 보는 것이 힘들지만, 내가 가면 손자가 반갑게 맞아주는 것에 보람과 재미를 느낀다. 겉옷을 벗고 손과 얼굴을 씻은 후에 짱베와 짱미를 안아주었다.

점심을 먹고 1시가 넘어 청계천에 짱베를 데리고 갔다. 짱베를 청계천에 데리고 가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가운데 가장 큰 이유는 8살짜리 짱베가 자기 동생 6살짜리 짱미와 같이 놀면, 항상 짱베가 동생에게 치이기 때문이다. 둘이 같이 있을 때, 보통 오빠인 짱베가 먼저 집적인다. 짱미가 노는 물건에 손을 대거나, 몸에 손을 댄다. 그러면 짱미는 큰소리로, 그것도 앙칼지게 ‘하지마!’하고 말한다. 그러면 짱베는 움찔하고 물러섰다가, 동생이 큰 소리로 말하는 것에 반감을 가진 듯이 또 같은 행동을 하거나 살짝 때린다. 그러면 동생은 큰 소리로 운다. 그러면 짱베는 놀라 어떻게 할지 몰라 멍한 태도를 보인다. 결국 짱베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도 하지 못하고 당황한 태도를 보인다. 둘을 혼내도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또 비슷한 행동을 반복한다.

짱베와 짱미의 이런 반복적인 싸움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둘을 갈라놓는 것이다. 무한폐렴이후 초등학교 입학이 연기되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입원도 연기되었기 때문에, 둘은 항상 같이 집에 있기 때문에, 하루 얼마간은 둘을 떨어지게 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 짱베를 청계천에 데리고 간다.

짱베는 오늘도 포클레인이 일하는 곳으로 가자고 하여, 그곳으로 갔다. 그곳에 가니, 오늘도 포클레인이 공사를 하고 있었다. 오늘 하는 일은 둑에서 모은 흙을 덤프트럭에 담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 트럭은 흙을 싣고 간다. 트럭이 없으면, 포클레인은 둑이나 도로에 있는 흙을 모았다. 포클레인은 청계천 북측에서 일을 하였다. 청계천 남측으로 가서 보면, 포클레인 일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남측에는 긴 의자가 있어 편하게 볼 수 있다. 그래서 내가 개울을 건너가서 포클레인 일하는 것을 보자고 하였다. 짱베는 싫다고 하였다. 할 수 없이 1시간 이상 서서, 그것도 햇빛이 강하게 쏟아지는 곳에서 보았다. 짱베를 볼 때, 그런 것이 힘이 든다. 포클레인의 단순한 작업을 보는 것도 힘이 들지만, 더욱 힘이 드는 것은 편하게 볼 수 있는 공간에서 볼 수 없는 것이 힘이 든다. 짱베는 1시간이 지나도 힘들어하지 않는다.

1시간이 지난 후, 짱베는 나의 말을 듣고 개울을 건너 의자에 앉아서 보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포클레인이 개울 아래로 내려갔다. 짱베도 같이 가자고 하였다. 의자에서 일어나 같이 갔다. 5분 정도 시간이 지나니, 짱베는 뛰기 시작하였다. 짱베가 뛰면 내가 따라가기 어렵다. 나는 빨리 걸을 수는 있어도 뛰지는 못한다. 포클레인이 서서 다른 일을 하는데도 짱베는 쉬지 않고 뛰었다. 나와의 거리가 50m이상 차이가 났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지만, 짱베를 따라기 어려웠다. 짱베는 뛰는 길은 자전거가 다니지 않고 사람만 걷는 곳이기 때문에 위험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도 말리지 않았다. 짱베는 20, 30m 정도 뛰다가 뒤를 돌아보고, 나를 확인한 후 다시 뛰었다. 그렇게 30분 이상 갔다. 그때 짱베는 섰다. 의자에 앉아 할아버지와 떨어질 수 있으니, 뛰지 말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렇게 하겠다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조금 있다가 다시 짱베는 일어나 뛰었다. 나는 따라가지 않았다. 의자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50m 정도 가서 뒤돌아보았다. 나의 눈치를 보면서 천천히 앞으로 갔다. 나는 그대로 앉아 있다가, 짱베가 나를 쳐다보지 않는 때를 이용하여, 의자에서 일어나 기둥 뒤에 숨었다.

짱베는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으니, 망설이다가 다시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나는 기둥 뒤에 숨어서 보이지 않게 하였다. 짱베는 우리가 같이 앉았던 의자에서 기다리지 않고, 계속 왔던 길을 걸어서 갔다. 나는 보이지 않게 뒤를 밟아 따라갔다. 20분 정도 그렇게 갔다. 가도 나를 볼 수 없으니, 어느 할아버지가 앉아 있는 의자에 섰다. 나와의 거리는 5m 정도 되었다. 그 할아버지에게 뭐라고 말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 할아버지는 나를 보고, 자리를 양보하였다. 나는 사실 짱베가 그 할아버지에게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 싶었는데, 그 할아버지가 일어서는 바람에 그것을 확인할 수 없었다.

짱베는 나를 보고, 나에게 안겼다. 얼굴을 보니, 땀이 흐르고 있었고, 울먹이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너를 찾아다녔는데, 어디 갔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짱베는 이제는 할아버지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나는 할아버지도 네가 없어서 매우 놀랐다. 앞으로는 혼자 떨어져서 멀리 가지 말라고 하였다. 그 후부터는 나와 떨어지지 않고 손을 잡고 걸었다.

보통 아이들은 보호자가 말을 하면, 그 말을 듣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잘 없다. 그러나 짱베는 말을 듣지 않는다. 가장 걱정인 것은 아이를 잃는 것이다. 아내에게 이런 걱정을 말하면, 아내도 경험하였다고 한다. 그를 경우, 아내는 짱베에게 할머니가 아파서 빨리 갈 수 없다고 하면서, 따라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 짱베는 더 멀리 가지 않고 다시 돌아온다고 하였다. 아내의 방법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5시가 넘어 집에 왔다. 집에 와서 짱베와 짱미에게 저녁을 먹였다. 나도 6시가 넘어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3분의 2 정도 먹었는데, 며느리 아이가 아줌마에게 전화하였다. 오삼불고기를 하여 준다고 저녁을 먹지 말라는 것이다. 며칠 전에 며느리 아이가 하는 오삼불고기가 먹고 싶은데, 요사이는 쉬는 날 같이 있지 않으니, 아쉽다고 하였다. 그러자 며느리 아이가 오삼불고기를 하여 주겠다고 하였다. 며느리 아이는 이미 재료를 사다가 준비하여 놓았다. 회사를 마치고 집에 와서 그것을 하여 주었다. 나는 저녁을 먹었기 때문에, 그것을 안주로 하여 술을 먹었다. 시부모를 생각하는 며느리 아이의 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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