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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농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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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성섭 Mar 29. 2020

쑥밥과 개망초국에서 귀촌의 즐거움을 느끼다

지난 27일 금요일 저녁 서울에서 손자를 보고 제천 집에 오니 밤 10시가 넘었다. 이것은 내가 매주 반복하는 주기적 일상사다. 집에 오니 아내는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손자는 보는 것은 힘이 든다. 나의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손자의 마음에 따라, 가고 쉬고 구경하고 앉고 서고 하는 것을 하여야 하니, 피로가 빨리 온다. 밭에서 삽으로 흙을 퍼 올리는 작업을 하루 종일 하여도 힘은 들지만 피로가 쌓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손자를 1시간 보면 온몸이 파김치가 될 정도로 힘이 든다. 그렇게 힘이 들었다가도 제천 집에 왔을 때 아내가 따뜻하게 반겨주면 피로가 풀려 진다. 몸의 피로도 상당 부분은 마음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모양이다.     

지난 화요일 장모님을 모시고 집에 왔다. 토요일 장모님을 집에 모셔다드리기로 하였다. 9시에 아내가 떡국을 끓여서 같이 먹었다. 처음에는 장모님을 야생생태공원에 모시고 가서 놀다가 모셔드리려고 생각하였는데, 장모님 걷는 것이 불편하여, 혹시 걷다가 안전사고가 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어, 그대로 집으로 모시고 갔다.     

장모님 집은 농장 옆에 있다. 농장이라야 땅 400평 규모의 작은 밭이다. 내가 원했던 것은 전망이 좋고 개울이 흐르는 조용하고 편안한 곳에 작은 집을 짓고, 그 속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자연의 변화를 느끼고 즐기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장소 물색도 어렵고, 경제적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집과 밭을 따로 구하는 것이었다. 집은 시내에 작은 아파트 하나를 구하였고, 밭은 시내에서 차로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작은 밭을 구했다. 밭에는 30평 규모의 차광 비닐하우스를 짖고, 그 안에 방을 만들었다. 쉴 수 있고, 여유를 즐기기 위한 공간이다. 사람은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나의 현실을 고려하였을 때, 가장 가성비가 높은 선택이었다.     

장모님을 집에 모셔드리고, 오늘도 귀촌의 즐거움을 찾았다. 귀촌의 즐거움은 즐겁고 건강한 일을 하는 것이다. 농장에 가면 항상 일은 있다. 힘든 일을 대부분 하였기 때문에, 오늘은 쉬운 일을 하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일하는 옷으로 바꾸어 입지 않고, 집에서 입고간 옷으로 그대로 일하였다. 오늘 할 일은 작은 비닐하우스 안에 물이 통하도록 하는 일이었다. 비닐하우스 안의 호수 연결 부분이 좋지 않아서, 그것을 고치는 것이 힘이 들었다. 옷을 버렸다. 갈아 입을 옷이라고 아내는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다.     

아내는 밭에서 쑥과 개망초 잎을 땄다. 오늘 반찬을 하기 위해서다. 

나는 아내가 나물을 캐는 동안 연밭 깊은 곳의 흙을 삽으로 파서 밖으로 옮겼다. 그 일을 하면서 바지에 물을 묻혔다. 또 연밭의 물이 적게 들어오는 것 같아서, 큰 개울 수문 둘레에 설치한 작은 둑을 돌로 바꾸어 물이 쉽게 수문으로 들어오게 하였다. 그리고 감, 대추, 산초나무의 보온을 위해 나무줄기를 감싸주었던 카시미론을 제거하였다. 대추나무 2포기는 다 살았고, 감은 밑에서 10cm 부분이 살았다. 산초나무도 밑에서 2, 3cm가 살았다. 며칠 전 비가 와서 물을 주지는 않았다.     

일을 마치고 집에 오니 2시가 되었다. 밭에서 일하면 시간이 언제 가는지 모르겠다. 오는 길에 롯데마트에 들려 통닭과 초밥을 사서 점심으로 먹었다.     

저녁에는 아내가 오늘 밭에서 캐온 개망초와 쑥으로 만든 쑥밥과 개망초 무침과 된장국을 먹었다. 아내가 하여준 쑥밥과 개망초 국과 나물을 전망이 좋은 시골집에서 먹었으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쑥 냄새가 그윽한 밥 한 숟가락을 입안에 넣고 향긋한 쑥 냄새를 음미하였다면 아마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파트라도 그 맛은 있다. 단지 풍취가 느껴지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풍취는 마음에서 일어난다. 눈으로 귀로 자연의 풍경을 느끼지 못한다면 마음으로 느끼면 된다. 아내와 나는 쑥으로 만든 밥과, 개망초로 만든 된장국과 나물의 맛을 이야기하였다. 둘 다 맛이 좋다고 하였다. 아내는 밥에 쑥을 더 넣었으면 좋았을 것 하였다. 나는 쑥이 너무 많이 들어가면 좋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하였다. 옛날 쌀이 없었던 나의 어린 시절에 쑥을 캐서 쌀밥이 아닌 보리밥에 넣고, 그것도 쑥의 양이 보리보다 더 많았을 때, 그 쑥밥은 맛이 없다. 하지만 오늘 먹는 쑥밥은 맛이 좋다. 쌀이 더 많고 쑥은 밥의 맛을 더해주는 조미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개망초도 마찬가지다. 나는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랐지만, 개망초 먹는 것을 몰랐다. 최근 건강을 위해 약초에 관한 것을 공부하였다. 그곳에 개망초가 약으로도 좋고 나물로도 좋다는 정보가 있었다. 아내도 관심을 갖고, 지난주에도 개망초를 뜯어 나물을 하여 맛있게 먹었다. 지난주 개망초 나물에는 된장을 넣어 무쳤다. 오늘 개망초 나물에는 식초를 넣어 무쳤다. 된장국에도 개망초를 넣었다. 식초를 넣은 개망초 나물에는 상큼한 맛이 나면서 좋았고, 개망초를 넣은 된장국은 시원한 느낌이 있어서 좋았다. 

아내와 서로 개망초 나물과 국이 어떤 맛이 나서 좋다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마음속에는 전망 좋은 자연의 풍경이 스스로 만들어졌다. 아마 이것이 귀촌의 재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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