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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농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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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성섭 Apr 07. 2020

2020년 04월 08일 화

아침 6시에 일어났다가 다시 잤다. 오랜만에 다시 잠을 잤다. 월요일과 화요일 새벽에 일어나 잠이 다시 오지 않아 거의 자지 못하였고, 또 장거리 운전까지 하였기 때문에, 몸이 피곤함을 먼저 알았던 것 같다. 월요일 한식 일에는 부모님 산소에 간다고 새벽 3시에 일어나 잠을 자지 못하였고, 화요일에는 제천으로 와야 한다는 중압감으로 누나 집에 자면서 새벽 1시에 일어나 자지 못하였다. 그리고 월요일과 화요일 모두 제천과 삼천포 간을 운전하였다.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운전하고, 산소 정리작업까지 하였으니 몸이 피곤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아무런 사고 없이 먼 거리를 안전하게 잘 갔다 온 것은 감사한 일이다.

다시 일어나니 8시였다. 아내는 자고 있었다. 몸이 상쾌하였다. 잠을 깊이 자니 피로가 많이 풀린 것 같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몸균형운동을 하였다. 그 사이에 아내는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하였다. 9시에 약국에 가서 처방을 받고 약이 없어 받아 오지 못한 인공눈물 하나를 수령하였고, 또 마스크를 구입하는 화요일이라서 마스크를 샀다. 아내의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갔는데, 당사자가 아니면 주지 않는다고 하여 아내의 마스크는 구입하지 못하였다. 

아침을 먹고 아내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갔다. 3월 보험료가 너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큰 집을 팔고 작은 집을 샀기 때문에, 건강보험료가 적게 나올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전과 비슷하게 나왔다. 확인하니, 건강보험료 산정이 재산세 과표를 기준으로 하는데, 매도한 집과 매수한 집의 재산세 과표가 큰 차이가 나지 않아 보험료가 비슷하게 나왔다고 하였다. 연금을 받고, 작은 집을 가지고 있는데, 20만 원에 가까운 보험료가 나온다는 것은 국민의 안정된 생활에 정부가 부정적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농장으로 바로 갔다. 오늘 농장에 가면서, 누나가 준 붉은 감자를 심고, 작은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자연산 살충제를 정리하여 밖으로 옮기고, 그곳에 퇴비를 주고 로타리를 하려고 생각하였다. 만약 시간이 나면 땅콩을 심을 곳의 땅에도 퇴비를 주고 로타리를 치려고 생각하였다. 

농장에 가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먼저 감자 심을 곳에 퇴비를 주고 로타리를 쳤다. 퇴비를 넉넉하게 주었다. 붉은 감자인데, 누나가 우리에게 주기 위해 싹을 내어놓은 씨감자이다. 감자 수는 40개 정도 되었다. 자두와 살구나무가 있는 골에 퇴비를 주고 로타리를 쳤다. 감자를 심었다. 10cm의 깊이를 파고, 그곳에 이미 싹이 난 감자를 심고 흙을 덮어주었다. 흙을 덮으니, 5cm 정도의 깊이가 되었다.     

감자를 심고 작은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자연 살충제 통을 하우스 밖으로 옮기는 일을 하였다. 아마 시간이 11시 20분 정도 되었을 것이다. 나는 밭에 제초제를 아직 뿌리지 않았다. 살충제는 지난해 뿌렸다. 응애를 비롯한 충과 바이러스로 나무가 죽고 병들었기 때문이다. 요사이 나오는 살충제는 1주일 정도 지나면 잔류 농약이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유해성분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자연 살충제는 작물에 오래 남아 있지 않고, 인체에도 해가 적을 것이다. 유튜브를 찾아보니, 자연살충제를 만든다고 하였다. 자리공이나 은행 그리고 돼지감자가 살충의 효과가 있어, 농작물의 병충해에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지난해 가을에 자리공 줄기 잎과 은행 열매와 잎 그리고 돼지감자 줄기 잎을 구해, 큰 통에 담고 그곳에 물을 부었다. 얼마 전에 열어보니, 3개가 모두 물에 녹아 있었다. 겨울에 얼지 않게 비닐하우스 안에 넣어 놓았다. 이제 봄이 되니, 그것을 밖으로 옮기고, 비닐하우스 안에는 작물을 심어야 한다. 퇴비를 주고 로타리를 친후, 상추와 고구마 순 등을 심어야 한다. 

자연 살충제가 들어 있는 큰 통을 그대로 옮길 수 없었다. 먼저 그 안에 있는 용해된 물을 걸어 다른 통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였다. 먼저 자리공부터 하였다. 물을 옮기면서 자리공 줄기와 잎도 같이 옮겼다. 통의 내용물이 줄어들면서 가벼워졌다. 자연살충제 용액이 있는 통을 작은 하우스 옆에 비료를 저장하는 곳으로 옮겼다. 비료 저장하는 곳도 청소하고 정리하여야 하였다.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쥐가 비료 부대를 물어뜯어 비료가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그것까지 정리하여야 하였다. 

그렇게 하여 자연살충제를 옮기니, 시간이 많이 흘러갔다. 6시가 넘었다. 힘이 들었다. 그러나 기분은 좋았다. 귀촌 생활을 하면서, 무엇을 하여야겠다고 오랫동안 생각하였던 것을 하였을 때, 기분은 정말 좋다. 오늘도 그런 기분을 느꼈다. 사람은 의지의 동물이다. 의지는 무엇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고자 하였을 때, 그것을 하면, 성취감을 느낀다. 그 성취감은 삶의 활력이다. 살아 있다는 증거이고,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증표이다. 그래서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다. 땀을 흘렸을 때, 즐거음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런 인간의 본능 때문인지 모르겠다.     

집에 와서 차를 주차하고, 아내와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짤랐다. 아내는 눈 때문에 집에서 머리를 감을 수 없어, 미장원에서 머리를 감았다. 머리까지 깍고 집에 오니, 기분은 더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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