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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농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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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성섭 Apr 14. 2020

2020년 04월 14일 화

오늘은 농장에 가지 않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하였다. 오늘 할 일은 건강보험공단에 가서 아내의 건강보험 가입의 피부양자권을 아들 앞으로 옮길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중앙시장에 가서 떡국을 사는 것으로 하였다.     

나는 6시에 일어나 몸균형운동을 하고, 아침을 먹고 책을 보았다. 아내는 9시경 일어나 아침을 먹었다. 아내와 커피는 같이 먹었다. 보통 나는 일찍 일어나고, 아내는 늦게 일어나기 때문에 아내와 아침을 같이 먹지 않는다. 아내가 편하게 자도록 내가 먼저 아침을 먹기 때문이다. 커피를 같이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눈다. 요사이 아내는 제천이 좋다고 한다. 공기도 좋고, 조용하고, 필요한 것은 대부분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아내가 제천에서 생활하는 것을 좋아하니, 마음이 편하고 좋다.     

10시경 운동을 할 겸 걸어서 건강보험공단에 갔다. 아내의 피부양자권을 아들 앞으로 옮길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의 신분을 확인한 후, 담당자는 나의 연간 연금 액수가 기준을 넘어서 옮길 수 없다고 하였다. 남편의 연간 연금 액수가 기준을 넘으면 그 아내는 남편의 피부양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7년에 지역보험가입자의 연금액수가 변경되면서 그렇게 되었다고 하였다. 나도 그때부터 지역보험가입자가 되어 매월 보험료를 내고 있다. 연금을 많이 받기 때문에 자식의 피부양자가 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지역보험가입자가 된다는 것은 기분 나쁜 일이 아니다. 연금을 많이 받는 것이 나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면으로 생각하면 기분이 나쁜 것도 있다. 지금 연금이 물가상승율에 따라 오르지 않고 고정된 것이 몇 년 되었다. 뿐만아니라 물가는 인플레 되어 연금의 실질 가치는 하락하였다. 

특히 나의 경우는 연금 액수의 기준 금액에서 1백만 원도 초과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보다 1백만 원 적게 받는 사람보다 나의 실질 연금 액수는 적다는 결론이 나온다. 연간 손해 보는 것이 5백만 원이 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병원비가 많이 든다. 얼마 전 아내는 눈 수술을 하여, 몇백만 원의 병원비를 지출하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민으로부터 많은 세금을 거두어들이는 정부 가운데 좋은 정부는 없었다. 중산층을 불안하게 하고 엷게 하는 정부는 사회안정을 파괴하는 나쁜 정부이다.         

아내와 재래시장인 중앙시장에 갔다. 지난 일요일 고구마 순을 사기 위해 갔을 때는 장사하는 사람들도 적었으나, 오늘은 장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전에는 튀김집에 물건을 사려는 사람으로 줄을 서 있었으나, 오늘은 그 집 앞에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무한 폐렴때문에 사람이 나오지 않아서 그런지,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젊은 세대에게 빚을 물려주는 붕당정책이고 기만정책이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소규모의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조차도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경제구조가 허물어지고 활력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 걱정이다.     

하지만 세상이 어렵다고 죽을상을 하고 지낼 수 없다. 나라도 경제 활력에 작은 기여를 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떡국을 사고, 전과 튀김을 샀다. 그것을 가지고 집으로 왔다. 전염병이 나돌고 있는 시기에, 여러 사람이 접촉하는 시장에서 음식을 먹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집에 와서 아내와 사서 가지고 온 음식을 먹으니, 맛도 좋고 기분도 좋았다. 

욕심부리지 않고, 마음을 긍정적으로 가지면서, 현실에 만족하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무엇을 욕심내겠는가? 마음이 편안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면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바로 행복이 아닐까?    

오후에는 아내와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아 약을 샀고, 방앗간에서 들기름을 짰다. 집에 와서 책을 보다가 낮잠을 자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러한 소소한 것이 아마 귀촌의 즐거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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