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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농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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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성섭 Apr 19. 2020

2020년 04월 19일 일

6시 40분에 일어나 몸균형운동을 하였다. 아내가 오늘 아침으로 떡국으로 하겠다고 하였다. 아내가 일어나지 않아, 운동을 마치고 컴퓨터에서 메일을 읽고 글을 썼다. 아내는 8시에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였다. 8시 반에 아침을 먹고, 9시에 농장에 갔다.     

오늘 농장에 간 것은 어제 모링가 월동이 실패하여, 월동한 것을 해체한 후, 그 자리를 고르고 골을 파기 위해서다. 김종각씨가 크레인으로 로타리를 하여주겠다고 하였으나, 나는 사양하였다. 이미 감자를 심었고, 또 과일나무도 심어, 기계로 로타리를 할 넓이가 100평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계로 작업을 하면, 뒤에 하는 일이 더 많다. 골을 파는 이유는 복토한 땅이라, 습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작물의 습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또 비가 왔을 때 물도 잘 빠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모링가를 심은 곳을 제외하고, 농막 북측의 밭에는 모두 골을 팠다. 

밭의 골을 삽으로 판다. 삽으로 골의 흙을 이랑으로 던지는 작업을 하기 때문에, 허리도 아프고 힘이 든다. 파야 하는 골이 8개다. 밭에 도착하여, 작은 비닐하우스 안에 물을 준 후, 10시부터 일을 하였다. 1시에 점심을 먹을 때까지 골 4개를 팠다. 반을 하였다. 

밭의 흙이 사토이기 때문에, 삽이 잘 들어간다. 그러나 힘이 들었다. 일을 하다 보면 요령이 생기기 마련이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먼저 골을 팔 곳의 줄에 맞추어 삽을 땅에 80도 정도로 대고 발로 밟은 후, 단단한 흙을 부드럽게 하였다. 그 후, 삽을 옆으로 하여 흙을 이랑으로 옮겼다. 시간도 적게 걸리고 힘도 적게 들었다. 3시가 넘어, 나머지 4골을 다 하였다.     

그때 비가 왔다. 비가 오지 않으면 어제 옮겨 심은 채리 나무 4포기와 북분자와 머루 7포기에 물을 주려고 생각하였으나, 비가 와서 물을 주지 않았다. 모링가 심은 곳의 밭을 정리하고 고랑을 파고 나니, 깨끗하게 보였다. 그전까지 모링가 월동을 위해 비닐을 덮어 놓았다. 비닐이 바람에 펄러기고, 또 비닐이 바람에 날려가지 않도록 흙을 얹어놓고, 쇠파이프를 비닐 위에 얹어놓아 보기가 좋지 않았다. 그것을 다 치우고, 고랑을 판 후 네기로 이랑을 고르니, 밭이 깨끗하고 산뜻한 느낌이 들었다. 허리는 아프고, 몸은 힘이 들어도 깨끗하고 산뜻한 밭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귀촌을 하여,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인지 모르겠다. 큰 것은 아니더라도, 내가 하여야겠다고 생각한 것을 하였을 때, 그 기분이 바로 삶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행복이다. 아내도 농막 안에서 정리하고 일을 하다가, 내가 밭의 고랑을 파고, 이랑을 정리한 것을 보고 깨끗하여 보기가 좋다고 하였다.     

비가 계속 내렸다. 4시 30분에 차를 타고 집으로 왔다. 집에 오면서 롯데마트에 들려 멍게와 백숙 닭을 사서 왔다. 내가 백숙을 먹고 싶다고 하니, 아내가 저녁에 백숙을 하겠다고 하여, 재료를 사서 집으로 왔다. 저녁에는 술을 한잔하면서 백숙을 먹었다. 아내와 이야기하고, 웃으면서 서로 쳐다보는 것도 귀촌 생활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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