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농촌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성섭 Apr 27. 2020

2020년 04월 26일 일

 6시에 일어났다. 몸균형운동을 간단히 하였다. 아내는 7시에 일어났다. 오늘 참깨 심을 곳에 비닐을 덮기 위해 아침 일찍 가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아침을 먹고 8시에 농장에 갔다.     

밤과 아침에는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11시가 넘어가면 바람이 세어진다. 해가 뜨면서 육지와 바다의 온도 차가 크게 되어 바람이 세어지는 것일까? 농장에 도착하니 시간이 8시 반 정도 되었다. 바람이 세지 않았다. 아내와 나는 다른 것을 하지 않고, 바로 참깨 심을 곳에 비닐을 덮었다. 

요사이 시골에는 농기구가 많다. 전에는 사람의 손으로 농사를 지었지만, 이제는 기계로 농사를 짓는다. 이랑을 로타리하는 것은 트렉트가 하고, 비닐을 덮은 것도 기계가 한다. 나는 현대식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 구석기 시대의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다. 밭이 넓지 않은 데다, 과일나무를 심어 로타리할 곳이 많지 않고, 또 다른 작물을 심어, 기계가 들어오면 이미 심어놓은 농작물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손으로 로타리하고, 비닐을 덮는다. 

바람이 불 때는 비닐이 날리기 때문에 비닐을 덮을 수 없다. 아직 바람이 불지 않았다. 비닐을 고랑에 놓고 앞으로 밀면서 아내와 나는 양쪽에서 비닐의 끝부분을 흙으로 덮었다. 구부려서 이 일을 하니, 허리가 아팠다. 그러나 바람이 불기 전에 비닐 덮는 것을 마치기 위해 쉬지 않고 일을 하였다. 11시가 넘어 비닐 덮는 것을 마쳤다. 그때까지 큰바람은 불지 않았다. 다행이다. 그러나 허리는 많이 아팠다. 아내도 힘들어하였다. 

아내는 점심 준비를 하고, 나는 비닐 위에 흙을 얹었다. 바람이 많이 불면, 비닐의 양쪽을 흙으로 고정시켜도 고랑 위에 있는 비닐이 움직이고, 어떤 경우에는 비닐이 날려 이랑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흙을 비닐 위에 뿌려놓으면, 비닐이 바람에 적게 움직여 날아가지 않는다.     

12시 30분에 점심을 먹었다. 점심은 들판에서 먹는 특식으로 하였다. 내가 어제 아내에게 점심의 메뉴를 야채 비빔밥으로 하자고 하였다. 요사이 우리 밭에는 상추, 돌나물, 돌미나리, 취나물, 달래, 오가피 등 다양한 채소와 나물들이 자라고 있다. 그것을 뜯어다가 된장에 비벼 먹으면, 신선이 부럽지 않다. 나는 혼자 농장에 가면, 집에서 밥을 가지고 가, 그런 야채들을 뜯어 된장과 비벼 먹는다. 된장은 아내가 집된장과 청국장을 혼합하여 만든 양념 된장이다. 나는 그 양념 된장을 좋아한다. 맛이 약간 짠듯하면서 구수하고, 입에 당기는 느낌이다. 내가 문장력이 없어, 그 된장의 맛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는데, 한 마디로 고향 집의 맛이다. 

오늘도 그 비빔밥을 하기로 하였다. 아내는 농장에서 밥도 새로 하였다. 갓 지은 따뜻한 밥에 다양한 야채와 고향 맛이 느껴지는 된장을 비벼서 먹었다. 나는 신선도 이런 밥을 먹기 어렵다고 하였다. 정말 맛이 좋았다. 다른 고급 반찬도 필요 없다. 소주를 한잔 곁들여 마시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점심을 먹고 30분 정도 쉰 후, 다시 일을 하였다. 비닐을 씌우는 것 외에는 서둘 필요가 없다. 먼저 비닐에 지름 5cm 정도의 구멍을 모종삽으로 낸 후, 깊이 5cm 정도 흙을 팠다. 씨앗을 심는 간격은 30cm로 하였다. 이랑의 넓이가 80에서 100cm 정도 되기 때문에, 한 고랑에 두 줄의 씨앗을 심었다. 그러니까 참깨를 심은 줄은 10줄이 된다. 비닐에 구멍을 뚫고, 흙을 파내는 일도 허리를 구부려 하기 때문에, 허리가 많이 아팠다. 쉬어가면서 하였지만, 허리는 아팠다. 이 일은 아내와 같이 하였다. 시간이 2시간 정도 걸렸다.     

다음에는 씨앗을 한 구덩이에 3개 정도를 넣었다. 씨앗을 넣은 것은 아내가 혼자 하였다. 나는 과일나무에 은행열매와 잎을 우린 물을 주었다. 지금 나무에는 새싹들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새싹이 돋아나면 벌레들, 특히 진드기가 나무에 붙어, 나무가 죽기도 한다. 지난해 늦가을에 은행, 돼지감자, 자리공 3가지를 물에 담가 겨울 내내 우렸다. 얼마 전에 우린 물을 따로 통에 담았다. 3주 전에는 자리공 우린 물을 나무에 뿌렸고, 오늘은 은행 우린 물을 과일나무에 뿌렸다. 이것이 효과가 있으면 좋겠다. 

과일나무에 자연 농약을 뿌린 후, 아내가 구덩이에 심은 씨앗을 흙으로 덮었다. 아내는 씨앗을 심은 후, 농장의 다른 일을 하였다. 일을 마치고 나니, 6시가 넘었다.     

집에 오니, 6시 30분이었다. 나는 근육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였다. 아내도 샤워를 먼저 하고, 저녁 준비를 하였다. 8시에 저녁을 먹었다. 오늘 반찬은 소고기에 야채를 넣어 볶은 것이었다. 소스의 맛이 좋았다. 아내가 즐거운 마음으로 하여준 저녁을 먹으니, 맛이 더 좋았다. 요사이 아내는 밭에서 일을 하지만 무리하게 하지는 않고, 대신 집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귀촌 생활이 즐겁다고 한다. 내일은 일하지 않고, 스크린골프를 치러갈 생각이다. 전막을 수술한 후, 운동하여도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내에서 하는 스크린을 먼저 가기로 하였다. 그리고 화요일 모래는 취나물을 뜯으러 산에 갈 계획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0년 04월 25일 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