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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농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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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성섭 Oct 18. 2021

채근담 후편 제111장

2021년 10월 17일 일요일이다.      


농장 일을 마치면 붓글을 쓰려고 생각하였는데, 3시가 지나 일을 마쳤다. 

붓글을 쓸 시간의 여유가 없었다. 

아내는 옷을 빨고 청소를 하느라고 계속 일하고 있었다.      

날씨가 추워서 나는 골프 스윙 연습을 하였다. 

감자 심은 밭으로 연습용 공을 쳤다. 

공을 치면서 스윙 연습을 하면, 연습 그 자체로 재미난다. 

그리고 몸에서 열이 나서 춥지 않아서 좋다.      

며칠 전만 하여도 덥다고 생각하였다. 

며칠 사이에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다. 

남측에 있는 저기압이 물러나면서 북측의 차가운 공기가 갑자기 내려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계절의 변화는 누구도 막지 못한다. 

인간이 아무리 과학기술을 발전시킨다고 하여도 자연을 정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연은 말이 없다. 

유유히 자신의 뜻을 펼쳐갈 뿐이다.      

이런 자연현상에서 나는 겸손하여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5시에 집에 왔다.      


엊저녁 일기를 쓴 후 채금담 책을 후편 103장에서 115장까지 보았다. 

오늘은 후편 111장을 소개하겠다. 

원문은 

“草木纔零落 便露萌穎於根柢 時序雖凝寒 終回陽氣於飛灰 

肅殺之中 生生之意常爲之主 卽是可以見天地之心”이다. 

해석은

“초목은 시들어 떨어지기 시작하면 이내 뿌리에서 새싹을 들어내기 시작한다. 

때가 얼어붙는 차가운 시기이지만, 끝내 동지가 되면 양기를 회복한다. 

차가운 살기 가운데서도 생생의 뜻이 항상 주가 된다. 

이로부터 천지의 마음을 볼 수 있다.”     


나는 이 글이 좋다. 

자연은 인간이 범할 수 없는 질서를 말없이 지켜간다. 

자연의 질서를 이글에서는 생생으로 표현하였다.      

생생(生生)은 끝없이 나고 살아가는 것이다. 

끝없이 나고 살아간다는 것은 정지하지 않고 항상 움직이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어느 하나라도 정지한 것이 있는지 찾아보자. 

나는 없는 것 같다. 

산과 강과 바다가 변하지 않는 것 같지만, 그것도 변한다. 

변한다는 것은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글에서 정지가 아니라 항상 변화하는 자연의 원리를 느낄 수 있다. 

초목이 시들어 떨어질 때, 새싹은 뿌리에서 발아되기 시작한다는 것은 

끝없이 반복되는 변화, 즉 생명의 영원성을 생각할 수 있다.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여름에 초목이 왕성하게 자랄 때는 

열매를 맺음으로써 식물의 휴식기로 들어가는 생생의 전환을 암시한다.      

봄에 새싹이 돋아 여름에 왕성한 성장을 한다는 것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고, 

가을에 씨앗이 영글어 겨울에 휴식기로 들어가는 것은 사용한 에너지를 다시 보충하는 것이다. 

이것 또한 반복의 의미를 함축한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은 똑같은 반복이 아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반복되지만, 인간이 생존한 후 똑같은 계절은 없었다.      

수많은 생명체가 태어났다가 죽어갔지만, 생명체는 여전히 생존하고 있다. 

인간이 생존하는 한 이러한 자연의 원리는 변하지 않고 계속 반복될 것이다.      

이런 자연의 원리를 인간은 범할 수 없고, 이러한 원리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 

인간은 자연의 한 부분일 뿐이다. 

따라서 인간은 겸손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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