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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농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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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성섭 Nov 20. 2021

혼자 들판 길을 산책하다

2021년 11월 17일 수요일이다.      

7시에 일어났다. 

채근담 책을 보았다.      

11시에 점심을 먹었다. 

아내는 12시 27분 기차로 서울에 갔다. 

서대문 성모정형외과의원에 가서 손바닥에 난 물혹을 제거하였다. 

주사로 물혹을 잘 제거하였다고 한다. 

걱정을 많이 하였는데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아내를 제천역까지 차로 데려다준 후 차를 집에 주차하고 들판 길을 산책하였다. 

들판 길 산책을 오랜만에 한다. 

농장에서 일하고 스크린공을 치러 간다고 들판길 산책을 최근 하지 못하였다.      

들판 길을 산책할 때 주로 아내와 같이 하였다. 

아내가 서울에 갔기 때문에 혼자 하였다. 

혼자 산책하는 것도 좋았다.      

아내와 같이 하는 산책도 좋고, 혼자 하는 산책도 좋다. 

산책하면서 기분이 좋다고 느꼈다.      

처음에는 약간 쌀쌀하였다. 

패딩 잠바를 입고 모자도 썼다. 

들판 길로 들어서니 덥다는 느낌이 들었다. 

춘당닭갈비 농장을 지나면서 지퍼를 열었다. 

뒤뜰 방죽 방향으로 갔다. 

은행나무가 있는 마을에 가서는 잠바를 벗었다. 

산책을 하니 몸에서 열이 났다.      

뒤뜰 방죽에 가서 저수지를 한 바퀴 돌고 

의림지 있는 방향으로 100m 정도 더 올라간 후 

오른쪽 옆으로 꺾어 조금 더 가다가 

다시 오른쪽 옆으로 꺾어 계곡 들판 길로 내려왔다. 

12시에 출발하여 1시 30분에 집에 왔다. 

1시간 반이 걸렸다.      

집에 와서 산책하면서 왜 좋은 기분을 느꼈을까에 대해 생각하여 보았다. 

산책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를 먼저 생각하였다. 

산책하면서 특별한 것을 의도적으로 생각한 것은 없었다. 

산책하면서 눈과 귀에 들어오는 것을 편안하게 그대로 받아들였다.      

자연스럽게 가고 싶은 길로 걸었다. 

특별히 귀에 들어온 소리는 기억나는 것이 없다. 

눈에 들어온 것은 들판에 있는 곡식들이 다 수확되고 메마르게 보였다. 

메마른 들판이지만, 그 자체도 좋았다. 

겨울이니까 메마른 것은 자연스럽다.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산책하는 사람도 없었다. 

아마 평일이고 시간이 점심시간이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강아지 삼월이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 비닐하우스에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이 든 부부 2명과 젊은 여자 1명이 있었다. 

비닐하우스 앞 도로는 물이 흘러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김장하고 있었다. 

배추를 씻으면서 물을 길로 흘려보낸 것 같았다. 

배추를 비닐 위에 쌓아 놓았다. 

씻은 후 소금에 저린 배추였다.      

3 사람이 서둘지 않고 편안하게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정답게 보였다. 

젊은 여자는 딸인지 며느리인지 모르겠다.      

특별한 것은 김장하는 가족을 본 것뿐이다. 

이것 하나 때문에 기분이 좋았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기분이 좋은 다른 이유가 있을까? 

아무런 생각 없이 마음이 가는 데로 보이는 것과 느껴지는 것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이 편안하였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유유자적하게 걷는다는 것 자체가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한 것이 아닐까?     

아 그리고 나의 몸이 건강하다는 것도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하였는지 모르겠다. 

1시간 30분을 쉬지 않고 보통 속도로 걸었다. 

집에 와서도 피곤하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였다. 

집에 오니 등 뒤에 땀이 나 있었다.      

차가운 날 운동하면서 땀을 통해 나쁜 것을 몸 밖으로 배출하고, 

호흡을 통해 신선한 공기를 몸 안으로 받아들였다면, 그것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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