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책을 읽으면서 예양(豫讓)의 신의에 관한 것이
마음에 와닿았다.
예양은 전국시대 초기 진(晉)나라 지씨 집안의 가신이었다.
처음에는 범씨(范氏)와 중항씨(中行氏)를 섬겼다.
지씨가 범씨와 중항씨를 멸하자, 그는 지씨의 가신이 되었다.
조양자(趙襄子)의 조씨 집안이 지백(智伯)의 지씨 집안을 멸하였다.
예양은 지백의 원수를 갚기 위해 갖은 고생을 다 하였다.
그는 조양자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옷으로 얼굴을 망가뜨리고 숯불로 목을 태워 벙어리가 되었다.
그의 친구가 그를 알아보고 조양자의 가신이 되어 신임을 얻은 후
조양자를 살해하라고 권유하였다.
그러자 그는 천하 후세 사람이 신하 된 자가 두 마음을 품고
주인을 섬기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자신이 고생하는 것이라면서
친구의 권유를 거절한다.
살해할 마음으로 어떤 새 주인을 섬기는 것은
새 주인에 대한 두 마음을 품는 것이기 때문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예양의 이런 곧은 마음은 옳고 바른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조양자를 두 번이나 살해하려다가 실패하여 잡힌다.
처음에는 조양자가 그를 신의 있는 사람이라고 칭찬하면서 석방한다.
두 번째 잡혔을 때 조양자가
처음 섬긴 범씨와 중항씨가 지씨에 의해 망했을 때는 지씨에 대해 원수를 갚지 않고,
지씨가 망했을 때는 자신에게 가혹할 정도로 원수를 갚으려고 하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예양은 범씨와 중앙씨를 섬길 때는
그들이 자신을 보통의 사람으로 대하였기 때문에 자신도 보통의 사람의 보답을 하였고,
지씨를 섬길 때는 자신을 국사(國士)로 대접하였기 때문에 국사로서 원수를 갚는다고 답하였다.
이에 조양자는 예양의 높은 신의를 존중하지만 더 이상 그를 석방할 수 없다면서 죽인다.
예양의 이러한 높은 신의를 존중하여 사기 자객열전에 예양에 관한 내용을 기록하였다.
나는 예양의 지백에 대한 신의를 일반 사람으로서는 높게 평가하지만,
지혜로운 성인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혜로운 성인은 추구하고자 하는 일의 기준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자기가 섬겼던 지백에 대한 원수를 갚고자 할 때는 지백의 행위가 옳고 정당해야 한다.
지백은 자기 집안의 권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조양자를 멸망시키려고 하다가
반대로 자신이 패망하였다.
지백의 행위는 옳지 않았다.
옳지 않은 사람의 원수를 갚기 위해 또 다른 살생을 하는 것은
지혜로운 성인의 행위는 아니다.
따라서 예양의 행위는 신의 있는 자객(刺客)으로서만 존중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