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농촌일기

땅콩 농사에 대한 소회

by 차성섭

지난주 아내와 땅콩을 캤다.

평소보다 20일 정도 일찍 캤다.

땅콩을 일찍 캔 것은 땅콩이 습해로 썩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땅콩을 캐니, 제대로 결실된 것은 4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썩었거나 여물지 않았다.

지난해보다 많이 심었는데도, 생산량은 오히려 더 적었다.

올해 땅콩 농사는 실패이다.

땅콩 농사에 대한 기대와 실망 등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오른다.

사실 올해 땅콩 농사에 대해서는 기대를 많이 하였다.

땅콩을 심은 후 싹이 나지 않아 처음에는 고생을 하였다.

땅콩 싹이 나지 않은 것에 대비하여 여유분의 씨앗을 심었다.

땅콩 씨앗의 3분의 1 정도가 나지 않았다.

여유분의 씨앗에서 싹이 난 것을 옮겼다.

싹을 옮기는 것도 쉽지 않다.

흙이 붙은 채로 싹을 옮겨야 하기 때문에, 허리도 아프고 신경도 많이 쓰인다.

힘이 들었지만 땅콩 밭에 땅콩 싹이 다 자라게 되었다.

싹이 잘 자랐다.

싹이 난 후 2개월이 지나니, 줄기와 잎이 무성하였다.

땅콩 열매를 맺기 위한 뿌리가 줄기 밑에 많이 달렸다.

땅콩은 지상에서 꽃이 핀 후,

아래로 길고 가는 줄기가 땅으로 내려가 땅속에서 열매가 맺는다.

따라서 열매가 맺을 때는 비닐을 찢어주어야 한다.

처음에는 비닐을 찢어주었다.

얼마 지나고 보니, 찢어진 비닐 밖으로까지 가느다란 줄기가 땅으로 내려갔다.

땅콩이 너무 무성하게 자랐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비닐을 제거하였다.

비닐을 찢고 제거하는 것도 노동이다.

힘은 들어도 기분은 좋았다.

땅콩이 잘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다른 해보다 많은 땅콩을 생산하겠다는 기대를 가졌다.

좋은 기대를 가지니 기분이 좋은 당연하다.

기대하였던 땅콩 농사가 실패하였다.

판매를 위해 생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걱정하거나 좌절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음은 섭섭하다.

왜 땅콩 농사가 실패하였는가를 생각하였다.

첫째는 7월 이후부터 계속 비가 왔다.

위에 논이 있어 땅콩 심은 땅이 마르지 않아, 습해를 입었다.

둘째는 땅콩 심은 골 옆에 들깨를 심었다.

들깨가 자라면서 땅콩에 햇볕을 차단하고, 공기를 통하지 않게 하였다.

들깨만 심지 않았더라도 땅콩 열매가 적게 썩었을 것이다.

내년에는 올해와 같은 실패가 없도록 하여야겠다.

땅콩은 건조하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자라는 식물이다.

내년에는 땅콩 심는 장소를 바꾸고, 땅콩 옆에 다른 작물 특히 키 큰 작물을 심지 말자.

사람은 배우면서 성장한다.

올해 실패한 것을 거울삼아 내년에는 기대에 충족되는 땅콩 농사를 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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