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농촌일기

가을걷이를 하다

by 차성섭

얼마 전부터 가을걷이를 하고 있다.

판매를 위해 전문적으로 농사를 짓지 않고 먹기 위해 농사를 지었다.

4백 평 정도의 밭에 과일나무 몇 그루도 심고 감자, 고구마, 땅콩 등의 농작물도 심었다.

농사가 서툴러 과일을 제대로 따 먹은 것은 거의 없다.

과일나무 가운데 제대로 열매를 따 먹은 것은 복분자와 아로니아 뿐이다.

올해 복숭과 살구 머루가 열렸다.

복숭과 살구는 벌레가 먹어 9월 초에 덜 익은 것을 따서 청을 담았다.

머루는 말벌이 먹어 반 쭉지만 따서 술을 담았다.

농작물로는 참깨, 들깨, 감자, 고구마, 토마토, 가지, 오이, 고추, 호박 등을 심었다.

참깨는 8월 말에 1말 정도를 수확하였다.

감자는 7월 중순에 큰 상자로 1.5상자를 캤다.

캔 감자를 자식들에게도 나누어 주고 현재도 먹고 있다.

가지, 오이, 토마토, 고추 등을 각각 조금씩 심었지만 지금까지 잘 먹었다.

특히 늙은 오이가 잘 되어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이제 가을이다.

가을이 되니 날씨가 쌀쌀하여 열매가 잘 자라지 않는다.

주렁주렁 달렸던 늙은 오이도 열매가 달리지 않는다.

토마토와 가지는 아직 열매가 몇 개씩 달려있다.

지난해보다 올해 토마토, 가지, 오이 등은 잘되었다.

지난해는 거의 먹지 못하였는데, 올해는 잘 먹었다.

농작물 열매들이 달리지 않은 것을 보니 가을걷이도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느낀다.

가을걷이를 하면서 삶의 의미를 새겨본다.

거두어들이는 농작물 속에는 나의 땀과 의미가 담겨있다.

밭에서 따는 작은 오이 하나에도 정성이 간다.

모양이 비록 비틀어져도 버리지 않는다.

그 속에 나의 사랑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씨를 뿌리고, 모종을 옮기고, 물을 주고, 비료를 주고, 풀을 뽑으면서 잘 자라기를 바랬다.

먹을 음식이기 때문에 화학농약을 뿌리지 않고 자연 농약을 만들어 뿌렸다.

자연농약만 사용하기 때문에 벌레가 잘 죽지 않은 경우도 있다.

특히 과일나무가 더욱 그렇다.

그렇게 정을 쏟고 사랑을 주면서 키운 열매이기 때문에 애착이 간다.

크고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나와 가족들이 맛있게 먹었을 때 마음은 흐뭇하였다.

아직 고구마, 무, 배추 등이 남아 있지만,

올해 가을걷이가 끝나가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느끼고 경험하였던 것을 생각하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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