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농촌일기

제천역에서 할머니를 돕다

by 차성섭

보름 전쯤 서울에 갈 때였다.

아내와 기차를 타고 갔다.

아내와 택시를 타고 제천역으로 갔다.

역에 도착하니, 30분 정도 여유시간이 있었다.

역대합실에서 아내와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앞자리에 앉은 할머니가 뒤로 돌아보면서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었다.

청량리까지 간다고 하였다.

할머니는 자신도 청량리까지 간다고 하였다.

아마 기차를 타는 것에 자신이 없는 것 같아 보였다.

같은 차를 타기 때문에 자리에까지 모셔드리겠다고 하였다.

그러자 할머니의 얼굴에는 편안한 표정이 나타났다.

할머니 기차표를 보았다.

다행히 우리와 같은 호실의 기차였다.

걱정하지 말라면서, 우리도 할머니와 같은 호실이라고 설명하였다.

나이가 들면 순발력이 떨어지고 글자를 읽는 것도 더디다.

글자가 잘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빨리 움직이고 생각하는 것도 더디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80대 후분 정도 되어보였다.

어디 가시느냐고 물으니, 딸 집에 가신다고 하였다.

중간 크기의 가방이 불룩하도록 물건을 많이 넣었다.

청량리역까지 가면 딸이 마중을 나올 것이라 하였다.

좌석만 바로 잡으면 된다고 하였다.

어디서 오셨느냐고 물으니, 주천에서 오셨다고 하였다.

아침에 버스를 타고 혼자서 제천역까지 오셨다고 하면서.

주천에서 오래 사셨다고 하니, 젊었을 때는 제천역에는 자주 다녔을 것이다.

기차 도착하기 10분 전에 할머니를 모시고 해당 플랫폼으로 갔다.

할머니 좌석이 먼저 닿는 곳으로 탔다.

좌석을 알려드리고, 우리 자리로 왔다.

할머니에게 자리를 알려드리니 기분이 좋았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나도 늙었다.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것은 사람은 누구나 늙고 병들고 죽는다는 것이다.

나도 언제 죽을지 모른다.

만약 오래 산다면 할머니보다 더 늙어 혼자 다닐 수 있다.

그때 만약 누군가 나를 도와준다면 나는 매우 감사하게 생각할 것이다.

참된 친절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다.

과잉 친절은 좋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그것을 도와주는 것이 참된 도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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