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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농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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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성섭 Nov 18. 2022

김장을 하다

지난 11월 11일 김장하는 날이었다. 

7시 40분에 일어 운동을 하고 가부좌를 하였다.      

아내도 다른 때보다 일찍 일어났다. 

전날밤 늦게까지 준비하여 놓았던 김치 양념 재료들을 모아 버무렸다. 

김치에 넣는 속을 만든 것이었다.      

9시에 아침을 먹었다. 

아침을 먹은 후 아내는 배추에 속을 넣기 시작하였다. 

배추는 3일 전 소금에 저렸다가, 하루 전날 소금에서 들어냈다. 

소금에서 들어낸 배추를 물에 씻은 후, 물이 새는 바구니에 담아 물을 뺐다.      

내가 도와주려고 하여도 아내는 괜찮다고 하였다. 

배추를 옮기는 등 힘이 드는 일만 하였다. 

도와줄 것이 없이 방에서 책을 보았다. 

책을 보다 아내가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주었다.      

사실 도와준 것은 거의 없다. 

아내가 혼자 김장을 하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점심때 하얀 쌀밥을 하였다. 

새로 담근 김치를 하얀 쌀밥 위에 얹어 먹었다. 

맛이 좋았다.      

옛날 생각이 났다. 옛날 시골에서는 김장을 담글 때 

동네 사람들이 모여 같이 김치를 담갔다. 

보통 배추 100포기 이상으로 김치를 담갔다. 

시골에서 겨울의 유일한 반찬은 김치였다. 

그래서 많은 양의 김치를 담갔다.      

김치를 담글 때는 담그는 집에서 쌀밥을 하여 동네 사람들이 모여 맛있게 먹었다. 

그 당시에는 쌀밥을 먹기도 힘들었다. 

그런 시기에 하얀 쌀밥에 새로 담근 김치를 얹어서 먹었으니, 얼마나 맛이 좋았을까?     

당시 월남전에 참여했다가 귀국한 장병들이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하얀 쌀밥 위에 쭉쭉 찢은 김장 김치를 얹어 먹는 것이라고 하였다. 

요사이 젊은 사람들은 김장 김치를 많이 좋아하지 않는다. 

시대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또 요사이 김치를 담그는 양도 많지 않다. 

우리도 30포기 정도 담갔다. 

아들집에는 우리가 김치를 전적으로 준다. 

딸아이 집에는 준다. 

사돈댁에서 김장을 하여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들이나 딸아이의 식구들이 김치를 많이 먹지 않는다.      

젊은 사람들이 김치를 많이 먹지 않을 뿐만 아니라, 

또한 김장을 담그지도 않는다. 

맞벌이가 많은 가정에서 젊은 부인이 김장을 담그기 쉽지 않다. 

살아가는 방법이 변했으니, 김장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우리 세대가 지나면 가정에서 김장하는 경우는 희귀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김치는 좋은 음식이다. 

발효 식품으로서 우리 조상들의 영혼과 숨결이 담겨있는 음식이다. 

세계에서도 김치는 좋은 음식으로 평가하고 있다.

각 가정에서 적은 양의 김장을 하더라도 김치의 전통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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