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농촌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성섭 Nov 28. 2022

반찬 속에 담겨 있는 아내의 정성

아내는 지난주 월요일 서울에 가서 화요일에 왔다. 

가는 날에는 아침 9시 30분 기차로 갔고, 

오는 날에는 서울 강변 버스터미널에서 14시 30분 버스를 타고 왔다.      

나 혼자 식사를 하였다. 

월요일 점심부터 화요일 점심까지 4끼를 나 혼자 먹었다.      

아내가 출타한 후, 나 혼자 식사하는 것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아내가 반찬을 준비하여 놓고 가고, 또 나의 식성이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반찬을 잘하지 않는다. 

결혼을 하기 전에 혼자 식사를 하여 먹기도 하였다. 

물론 반찬은 집에서 어머니가 하여준 반찬을 가지고 가서 먹었다.      

반찬이 없을 때는 밥에 간장과 참기름을 넣어 비벼 먹기도 하였다. 

내가 어릴 때만 하여도 흰쌀밥을 먹기가 어려울 때였다. 

따라서 흰쌀밥에 간장을 비며 먹는 것만 하여도 맛이 좋았다.      

결혼한 후에도 가끔 나 혼자 있을 때가 있었다. 

젊었을 때는 명절 때이고, 나이가 든 후에는 아내가 서울에 갈 때이다. 

그때도 식사 때문에 걱정하지는 않았다.      

아내가 없을 때 나 혼자 식사하였던 때를 생각하니, 

명절 때 아내의 고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직장 때문에 가지 못하고 아내 혼자 가는 경우가 많았다.      

명절이 지나고 오기 때문에 보통 4, 5일 정도 있다가 온다. 

그것도 혼자 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 둘을 데리고 가서 집안일을 하다가 왔다. 

아내가 태어난 곳은 서울이기 때문에, 시골은 낯선 곳이다. 

그런데도 아내는 불편하지 않았다.      

요사이 젊은 사람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때는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였다. 

불편 없이 시부모가 계시는 곳에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왔던 

아내를 생각하면 너무너무 고마우면서도 미안하다.      

지나간 옛날의 일을 생각하게 된 것은 

아내가 서울에 가면서 준비하여 놓고 간 반찬 때문이다. 

지난주 아내가 서울에 갈 때, 짱아지를 잘게 쓸어놓아 달라고 부탁하였다.      

집에 짱아지를 하여 놓은 것이 많았다. 

두릅, 깻잎, 씀바귀, 왕고들빼기, 엉겅퀴, 민들레 등등. 

몸에 좋다고 짱아지를 담가 놓은 것이다.      

식사를 하기 위해 썰어놓은 짱아지 반찬을 열어 보니, 

종류별고 짱아지를 썰어서 하나의 그릇에 가지런히 담아놓고, 

그 위에 참깨를 예쁘게 뿌려놓았다.      

나는 밥에 짱아지를 넣고 간장이나 고추장으로 비벼 먹는 것을 좋아한다. 

아내가 썰어놓은 짱아지를 젓가락으로 집으면서 아내의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함부로 생각 없이 한 것이 아니라, 짱아지 하나하나에 정성과 사랑이 담겨있었다.      

밥에 짱아지를 넣어 비벼 먹으면서 

옛날에도 아내가 이렇게 사랑과 정성으로 반찬을 준비하여 놓고 갔기 때문에, 

나 혼자 밥을 먹어도 불편함이 없이 밥을 먹을 수 있었구나하고 생각하였다. 

아내의 정성과 사랑에 감사드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반겨주는 강아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