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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성섭 Dec 12. 2022

겨울의 적막한 논들을 보며

지난주 월요일 나 혼자 들판 길을 산책하였다. 

아내는 편도가 부어 집에서 쉬었다.      

뒤뜰 방죽까지 갔다 왔다. 

오면서 뒤뜰 방죽 바로 밑에 있는 논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들판 길을 자주 다녔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있는지 잘 생각나지 않았다.      

나 혼자 걸으면서 무엇이 있는지 자세히 보았다. 

그곳은 대부분 토지 구획정리를 한 논들이었다. 

논의 넓이는 다르지만 대부분 반듯하였다.      

아주 평평하지는 않고 아래로 약간 경사가 있었다. 

전체 논들의 폭은 500m 정도이고, 길이는 700m 정도 되어 보였다.      

뒤뜰 방죽에서 내려오면서 논들을 보니, 논두렁들이 줄을 그어놓은 선처럼 보였다. 

논바닥에는 벼를 벤 후 벼포기들이 노란색이 퇴색된 회색으로 점점이 찍혀있었다.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 논의 모습을 보고 생각하였다. 

겨울의 전형적인 들판의 모습이라고.      

겨울은 적막하다. 

움직이는 것도 보이지 않고, 보이는 색도 생기가 없다. 

생기가 없는 죽음의 모습이다.      

그러나 그 속에는 무수한 생명체가 살아 있다. 

내가 보지 못할 따름이다. 

내년 봄이 되면 무수한 생명체들이 땅을 뚫고 푸른색을 들어내기 시작할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니 자연의 신비로움이 느껴졌다. 

자연은 움직이는 것과 정지된 것이 반복되는 가운데 다양한 변화를 시연한다. 

움직이는 것은 에너지를 사용하여 생명의 힘을 과시한다. 

정지된 것은 에너지를 축적하여 새로운 생명체의 활력을 준비한다.      

서로 반대되는 것 가운데 어느 하나도 없으면 안 된다. 

반대되는 것이 서로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함으로써 조화를 이룬다. 

자연의 근본적인 원리는 조화라고 생각하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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