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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농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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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성섭 Jan 03. 2023

자유의 편안함

지난주 아내는 오른팔의 통증 때문에 2박3일로 서울에 갔다. 

팔꿈치 근처의 근육이 아파, 연세신경외과에서 진료를 받았다. 

그 병원은 서울에 있을 때 다녔던 병원으로 신경과 근육에 문제가 있을 때 잘 보았다. 

목의 디스크로 인해 팔의 통증이 있다면서, 목 견인을 하라고 하였단다.      

아내가 없는 동안 나 혼자 있었다. 

아내와 같이 있는 것도 좋지만, 나 혼자 있는 것도 좋았다.      

아내와 같이 있을 때는 아내의 입장을 고려하여 행동하여야 한다. 

혼자 있을 때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 

자유를 즐길 수 있었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자유 의지로 도덕적 행위를 하는 것을 철학에서는 도덕적 실천이라고 한다. 

도덕적 실천은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하여 어떤 변화를 일으킨다. 

따라서 변화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한다.      

아내가 없을 때, 내가 한 행위는 도덕적 행위가 아니다. 

나 혼자서 일상생활 가운데 일을 자유롭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책임의 문제는 따르지 않는다.      

제일 편안한 것은 식사하는 것이다. 

아내가 있을 때는 아내가 식사를 담당하기 때문에 아내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 

혼자 있으니, 먹고 싶을 때 먹고,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나이가 들어 집에서 하루 3식을 하는 남자가 가장 인기 없는 남자라고 한다. 

나는 하루 집에서 3식을 한다. 

될 수 있으면 아내를 불편하지 않게 하여야 한다.      

아내가 밥을 줄 때 먹어야 하고, 주는 반찬을 불만 없이 먹어야 한다. 

사실 아내는 나의 입맛에 맞게 음식을 잘하고, 시간도 크게 어긋나지 않게 한다. 

그러나 신경이 쓰인다. 

혼자 있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데로 식사하니 편하고 좋았다.      

나는 비벼 먹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한다고 아내는 꽁치통조림으로 김치찌개를 만들어놓았다. 

또 고들빼기, 엉겅퀴, 두릅, 상추, 민들레, 방가지똥, 왕고들빼기 등의 장아찌를 잘게 쓸어놓았다.

매끼 마다 김치찌개에 장아찌를 넣고 비벼 먹었다. 

맛이 있었다.      

잠을 자고, 일어나고, 산책을 가고, 아침 운동을 하고 책을 보는 것 등 

일상생활도 내가 하고 싶은 데로 하였다. 

구속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하는 생활도 편안하고 좋았다. 

낮잠도 자고 싶으면 자고, 텔레비전도 보고 싶을 때는 보았다.      

아내가 짧은 기간 동안 비는 것도 좋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오래 떨어져 있으면 불편한 것이 많았다. 

손자를 본다고 아내와 일주일에 4, 5일 정도로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다. 

그때는 불편한 것이 많았다. 

마음에 허전한 생각도 들었다.      

아내와 오래 떨어져 있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러나 며칠 떨어져 있는 것은 자유로 인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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