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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농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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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성섭 Jan 10. 2023

농장에서 붓글을 쓰다

지난 4일 수요일 아침을 붓글을 쓰러 농장에 갔다. 

날씨가 차가웠다.      

농막 방에 전기 히터를 켰다. 

발이 차가워 실내화를 신었다. 

얼마 전 중앙시장에서 따뜻하고 사용하기 편한 실내화를 샀다. 

그것을 신으니 발이 차갑지 않았다.      

붓을 하천에 가서 물에 담갔다. 

수도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하천에 흐르는 물을 병에 조금 떠왔다.      

벼루에 먹물을 부으니, 먹물이 나오지 않았다. 

날씨가 차가워 먹물이 얼었다.      

할 수 없이 벼루에 물을 부어, 물을 붓에 묻혀 화선지에 글을 썼다. 

먹물이 아닌 물로 글을 쓰니, 화선지에 글이 나타났지만 먹물과 같지는 않았다. 

화선지에 물이 번지고, 또 붓글의 모양도 정확하지 않았다.      

30분 정도 글을 쓰니, 벼루에 부은 물도 얼기 시작하였다. 

히터로 난방을 하였지만 방에 있는 물도 얼었다. 

천자문 한 장을 두 번 썼다.      

1시간이 지났다. 

벼루에 부은 물이 모두 얼었다. 

쓰는 것을 중단하였다.      

농장에서 붓글을 쓰는 것은 집에서 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집이 좁아 붓글을 쓸 공간이 없다. 

붓글을 쓰기 위해서는 먹물을 사용하여야 한다. 

먹물을 사용하면 주변에 먹물이 튈 수 있고, 또 붓을 씻는 화장실이 더러워진다. 

그래서 농장에서 붓글을 써왔다.      

날씨가 차가운 날 농장에 가서 붓글을 쓴 이유가 있다. 

겨울이 되면서 일주일에 한번 농장에 가서 붓글을 쓰려고 생각하였다. 

여러 가지 일을 핑계로 그것을 실천하지 못하였다. 

2023년 계묘년을 맞아 붓글 쓰는 것을 실천하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갔다.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보통 작심삼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실천하기 위해서는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      

최근 붓글을 쓰지 못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많았다. 

다른 일이 있다거나, 몸이 불편하다거나, 날씨가 춥다거나, 등등으로. 

그래서 새해에는 붓글 쓰는 것을 실천하려고 생각하였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이 차가운 날에는 농장에서 붓글 쓰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면, 그것을 실천할 수 없다. 

일단 교본인 책과 붓을 가지고 집으로 왔다.      

집에서 먹물을 사용하지 않고, 물로 붓글을 쓸 생각이다. 

오래전에 제천 오일장에 가서 물로 붓글을 쓰는 용지를 샀다. 

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그 용지에 붓글을 썼다. 

글이 잘되지는 않았으나 그런대로 되었다.      

앞으로 농장에 가지 않고 집에서 일주일에 하루 붓글을 쓸 생각이다. 

물로 붓글을 쓰는 용지는 미끄러워 화선지에 쓰는 것과 같은 느낌이 아니다. 

연습을 하면 잘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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