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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농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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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성섭 Jan 11. 2023

강아지에게 간식을 주다

지난 1월 5일 금요일 점심을 먹고 혼자 들판 길로 산책을 갔다. 

아내는 아직 몸의 상태가 좋지 않아 가지 않았다.      

들판 길로 갈 때 반겨주는 강아지들이 있다. 

은행마을로 가기 전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강아지들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강아지 세 마리가 있었다.      

검은색의 강아지들인데, 한 마리는 어미이고, 두 마리는 새끼였다. 

중소형의 강아지로서, 새끼 두 마리는 당시 3, 4개월 정도로 어렸다. 

처음 보았을 때, 새끼강아지 두 마리는 꼬리를 치면서 반겨주었다.      

어미 강아지는 가까이 가면 으르렁거리면서 경계를 하였다. 

한 번은 어미 강아지의 다리가 줄에 묶여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가까이 가니, 경계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혹시 물지 몰라, 머리를 쓰다듬어 주어도 조용히 있었다. 

물지 않을 것 같아 줄에 묶여 있는 다리를 풀어주었다. 

그다음부터 세 마리 강아지 모두 아내와 같이 가면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었다.      

겨울이 되면서 강아지 세 마리는 묶여 있기도 하고, 자유롭게 풀려있기도 하였다. 

한 달 이상 줄에 묶여 있지 않으면서 강아지들은 주변의 지리를 다 알고 있었다. 

나는 자유롭게 눈밭을 뛰어다니는 강아지들이 행복하게 보였다. 

먹을 것이 충분한 가운데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주일 전부터 강아지들이 다시 줄에 묶여 있었다. 

그런데 세 마리가 아니고 두 마리였다. 

어미 강아지가 보이지 않았다.      

전부터 들판 길로 산책을 갈 때 반겨주는 강아지에게 먹을 것을 주고 싶었다. 

롯데마트에 가서 강아지 간식을 사서 가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을 실천하지 못하였다.      

오늘 혼자 가면서 롯데마트에 갔다. 

다이소에 가니, 애완동물 간식이 있었다. 

3천 원짜리 육포 간식을 샀다. 

한 봉지에 20개가 들어 있었다.      

강아지가 있는 은행마을로 갔다. 

강아지 집이 있는 비닐하우스 가까이 가도 강아지가 나오지 않았다. 

비닐하우스 안을 보니, 강아지 두 마리가 줄에 묶여 있었다. 

아마 주인이 묶어 놓은 것 같았다. 

오늘도 어미 강아지는 보이지 않았다.      

육포를 주니, 강아지 두 마리는 받아서 맛있게 먹었다. 

그것을 먹느라고 나를 보지도 않았다. 

그만큼 간식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강아지에게 간식을 주니 기분이 좋았다. 

강아지에게 간식을 주고 기분이 좋은 것은 나 자신의 마음이 편안하기 때문일 것이다. 

강아지는 처음부터 내가 간식주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강아지는 단지 나를 알기 때문에 꼬리를 치고 따라다녔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간식을 주지 않아 마음이 불편하였다. 

그것은 아마 나 스스로에 대한 미안한 감정 때문일 것이다.      

나는 선의로 강아지에게 간식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것은 나에 대한 약속이었다. 

자신에 대한 약속은 자신에 대한 의무였다.      

의무는 하여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의무를 하지 않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오늘 강아지에게 간식을 준 후, 기분이 좋은 것은 

하려고 하였던 나 자신과의 약속인, 의무를 행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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