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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농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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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성섭 Jan 17. 2023

땅을 생각하다

지난 1월 11일 수요일 아내와 산책을 갔다. 

그날도 날씨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따뜻하였다. 

예보로 낮에는 7도까지 올라간다고 하였다.      

어제보다 산책하는 길의 눈과 얼음이 더 많이 녹았다. 

들판의 눈도 많이 녹았다. 

어제만 하여도 들판에는 대부분 눈이 그대로 덮여있었다. 

오늘은 논과 밭에 쌓여 있는 눈도 부분적으로 녹아 흙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들판에 군데군데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누런 흙을 보면서 땅에 대해 생각하여 보았다. 

땅은 말도 없고 저항도 하지 않는다. 

인간의 지식이 발전하여 자연에 변화를 주기만 하여도 땅은 자연의 원리에 따라 움직였다.      

그러나 인간이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땅은 급격히 인위적 변화를 당하기 시작하였다. 

거대한 산이 무너지고, 유유히 흐르는 하천의 물이 댐으로 갇히게 되고, 바다가 흙으로 막혔다. 

나무가 벌목되면서 밋밋한 농지와 목축장이 생기고, 높은 건물이 숲을 이루는 도시가 생겼다.      

그에 따라 땅은 오염되고, 댐이 무너져 집채같은 물이 범람하며, 

산불, 태풍 같은 재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땅은 사람이 하는 행위에 바로 반응하지 않지만, 필요에 따른 반응을 반드시 보내는 것 같다.      

그렇다면 방향을 바꿔 땅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하여 보자. 

땅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모든 생명체를 받아들이고 키우는 것이다. 

땅 위에는 흙과 물과 불과 광물과 공기와 바람과 천둥 등과 같은 것이 있다.      

땅위에 존재하는 이러한 것들이 서로 작용하여 

생명체가 태어나고, 자라고, 죽게 하고, 다시 태어나고 자라고 하는 것을 반복하게 하고 있다. 

각종의 생명체들은 상호 순환 관계를 형성하면서 땅의 은혜를 받고 있다.      

그러니까 땅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모든 생명체가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산책을 하면서, 그것을 느꼈다. 

눈이 녹아 흙이 드러난 양지바른 언덕비탈에는 

이름 모르는 파란 생명체들이 수줍은 듯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지만 땅은 생명체를 자라게 하고 있었다. 

파란 잎을 드러내지 않은 다른 생명체들도 

씨앗 속에서 싹을 틔우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이 없이 항상 땅은 생명체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정말 땅의 역할은 경이롭다. 

인간의 손길이 닫지 않은 곳에서는 자연의 순리와 법칙에 따라 모든 생명체가 스스로 자란다. 

자연의 순리와 법칙은 조화와 균형이다.      

그러나 인간이 손길이 닫는 곳은 다르다. 

산책을 하면서 보는 논과 밭과 길과 하천 등은 모두 사람에 의해 변한 것이다. 

조화와 균형을 크게 이탈한 인위적 행위에 대하여 자연은 반드시 반응할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인간의 과학기술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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