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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농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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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성섭 Jan 24. 2023

생활 속의 작은 기쁨

최근 농장에 가지 않고 집에 있으니, 특별히 하는 일이 없다. 

나는 철학의 주요개념이라는 책을 보았다. 

철학책이라 개념을 이해하면 기분이 좋다.      

지금 3번째 그 책을 보고 있다. 

그 책을 본지가 1개월이 지났다. 

다시 볼 때 전에 이해하지 못하였던 것을 이해하면 마음이 즐겁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니, 집에만 있어도 지루하지 않다.      

그런데 아내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집안일이 없으면 주로 텔레비전을 보는 것 같았다. 

텔레비전을 보는 것은 정신이 주관적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고 수동적으로 따라 간다. 

오랜 시간 같은 내용에 따라가다 보면 정신은 맑아지는 것이 아니고 멍해진다.      

그렇다고 아내가 할 수 있는 다른 것이 없다. 

나는 가끔 아내에게 아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만들어서 하라고 권한다. 

그림이나, 음악이나, 책이나 아무것이나.      

아내는 내가 하라고 하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내에게 강요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하면 어떠하냐고 권한다.      

그날도 그랬다. 

지난주 어느 날 밤에 다음날 스크린 공을 치러 가자고 하였다. 

아내는 목이 아파, 공을 치지 않으려 하였다. 

나도 스크린공을 치러 가지 않으려 하였다. 

스크린공을 치러 가도 잘되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히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생각하니,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스크린공을 치러 가지 않으면 아내는 특별히 할 것이 없다. 

공을 치지 않아도 내가 치는 것을 보면, 그 자체로 마음이 움직여 무료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것조 하지 않고, 집에 있는 것 보다는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아내에게 공을 치러가는데 같이 가자고 하였다. 

아내도 좋다고 하였다. 

10시 20분에 스크린 골프를 치러 갔다. 

아내도 같이 갔다.      

스크린 골프장에서 아내는 의자에 앉아 내가 운동하는 것을 보았다. 

나에게 훈수도 하였다. 

아내는 훈수를 하다가 핸드폰을 보기도 하였다. 

후반전에는 2홀 정도 공치 직접 쳤다. 

아내는 싫어하지 않았다.      

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날 다른날보다 공이 잘 맞았다. 

서울 캐슬렉스골프장을 선택하여 공을 쳤다. 

드라이브와 우드의 거리도 잘 나갔다.      

아주 멀리 간 것은 아니지만 기분 좋게 나갔다. 

전에 프로골프가 유튜브에서 강의하는 것을 보고, 그대로 흉내를 내었으나, 잘되지 않았다. 

그 후부터는 자세를 바꾸려고 생각하지 않았다. 

즐기면서 골을 치기로 생각하였다.      

그날도 그랬다. 

공이 잘되지 않아도 기분 좋게 운동하기로 생각하였다. 

공을 칠 때 자세를 생각하며 느껴보았다. 

다운스윙할 때, 좌측 손이 좌측 허벅지 아래에 붙이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하니, 허리를 돌릴 때, 좌측 팔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같았다.      

내가 잘되니 아내도 좋아하였다. 

물론 나도 기분이 좋았다. 

집에 오니 12시가 되지 않았다.      

아내가 김치전을 하였다. 

운동하러 가기 전에 밀가루를 반죽하여 놓았다. 

집에 와서 김치전을 바로 붙였다. 

맛이 좋았다.      

술도 한잔 하면서 즐겁게 먹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게 집에만 있는 것보다는 

밖에서 놀고 집에 와서 김치전을 특식으로 하여 먹으니 기분이 좋았다. 

나이가 드니, 특별한 것보다는 일상생활의 작은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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