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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농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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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성섭 Feb 01. 2023

들판의 눈길을 뛰다

지난 1월 27일 목요일 눈이 왔다. 

7시에 일어나 주역 64괘를 암송하다가 8시에 일어났다.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니 눈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보통 참기름으로 입안을 청소하면서 아침운동을 40분 정도 한다. 

아침 운동을 한 후에는 20분간 가부좌를 하면서 심호흡을 한다. 

그날도 그랬다.      

9시에 아침을 먹었다. 

10시경 밖을 보니, 눈이 제법 쌓였다. 

함박눈이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쌓였다.      

점심을 먹고 산책을 가면 눈이 많이 쌓일 것 같았다. 

그래서 아침을 먹고 산책을 갔다. 

눈이 오는데도 날씨는 많이 차가웠다. 

아마 영하 15도 정도는 되었을 것이다.      

집에서 나가면서 아파트 동 앞의 눈을 눈삽으로 치우고 산책을 갔다. 

눈을 치우면서 몸을 움직이니, 몸이 춥지는 않았다. 

하소천 산책로 나가니, 이미 몇몇 사람이 눈 위를 걸었다. 

손가락으로 셀 정도의 사람 발자국이 나 있었다.      

요즘 산책을 가면 걷지 않고 뛰어서 간다. 

눈이 오고 있지만 뛸 수 있으면 뛰고 싶었다. 

우산을 들고 뛰었다.      

물론 천천히 뛰었다. 

빨리 뛰면 오랫동안 뛸 수 없기 때문이다. 

걷는 것도 빨리 걸으면, 몸이 힘이 든다. 

몸에 힘이 들면 1시간 이상 걷는 것이 어렵다. 

걷는 것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뛰었다.      

들판 길로 접어들어서도 뛰었다. 

눈이 오기 전에 이미 들판 길 위에 얼어있던 눈이 녹았다. 

얼음이 없는 길 위에 다시 눈이 왔고, 그 눈이 많지 않아, 뛰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은행나무 마을로 해서, 독송정 가는 삼거리 길까지 갔다가 돌아서 집으로 왔다. 

오면서도 하소천 산책로를 벗어날 때까지 뛰었다. 

3.5km를 1시간 정도 뛰었다. 

차가운 날씨였지만, 뛰니 몸에서 열이 났다.      

눈길을 뛰니 기분이 좋았다. 

천천히 뛰니 다리의 근육도 강화되는 것 같고, 심장과 폐의 기능도 좋아지는 것 같다. 

한 마디로 몸에서 힘이 생기는 느낌이다.      

눈길을 뛰면서 좋은 것은 풀과 나무 위에 만들어진 눈꽃을 보는 것이다. 

들판 길 언덕에는 풀도 있고, 나무도 있다. 

많은 눈이 풀과 나무 위에 쌓이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쌓여 예쁜 눈꽃을 만들었다. 

뛰면서 예쁜 곳에서는 사진도 찍었다.      

사람이 다니지 않은 눈길을 처음 뛰는 것도 좋다. 

뛰면서 뒤로 나의 발자취를 보는 것도 즐겁다. 

옛날에는 팔자로 걸었는데, 몇 년 전부터 11자로 걷는 연습을 하였다. 

그래서 하얀 눈 위에 11자로 된 발자국이 점점이 새겨져 있는 모습을 보면 즐겁다.      

행복은 이런 것인지 모르겠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하는 것. 

그것이 비록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이지만, 나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 의지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나 자신의 가치와 품격을 확인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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